[이헌재 기자의 히트&런]‘배부른 삼성’ 이길수 없었다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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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2년 연속 B클래스(리그 6팀 중 4위 이하)의 수모를 당한 요미우리가 팀 재건에 한창이다.

이승엽을 잔류시켰고, 오릭스에서 수준급 외야수 다니 요시토모를 데려왔다.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니혼햄)에게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또 하나. 정신력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계획이 다니의 아내인 다니 료코(결혼 전 이름 다무라 료코)를 내년 캠프에 강사로 초빙하는 것이다.

다니 료코는 올림픽 2연패, 세계선수권 6연패에 빛나는 일본 여자 유도의 살아 있는 신화다. 요미우리는 느슨해진 팀 분위기를 바로 잡는 데 그가 더없이 좋은 선생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왜 하필 유도 선수일까. 해답은 태릉선수촌의 유도 훈련장에 가 보면 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아마추어 선수들에 비해 물심양면으로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본인들은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하다.

호화멤버로 저조한 성적을 내는 요미우리도 그렇지만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예선 탈락의 수모를 당한 삼성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11일 대만 대표 라뉴에 전력보다는 정신력 싸움에서 졌다.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 대표팀이 대만에 4-5로 진 것도 마찬가지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대방은 눈에 불을 켜고 덤볐다. 대만이 국가의 명예를 건 싸움으로 생각했다면 한국은 마지못해 경기를 하는 듯했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이 피곤하다. 친선 경기가 아니라 국가 대항전으로 몰고 가니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지만 공감을 얻기엔 부족하다.

대부분의 야구 선수는 억대 연봉을 받는다. 인기도 많고 우승할 경우 아마추어 선수의 일년 월급에 맞먹는 돈을 격려금(또는 상금)으로 받는다.

그러나 태릉선수촌에는 메달 하나만 바라보고 새벽부터 밤까지 훈련에만 열중하는 선수들이 가득하다. 야구 선수들의 훈련과 비교하면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행군이 이어진다. 오랜 합숙으로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기도 힘들다. 금전적인 보상 역시 크지 않다. 그래도 그들은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이유 하나로 묵묵히 모든 고난을 이겨낸다.

김재박(LG)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12월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대만에 설욕을 노린다. 출정하기 전 반드시 태릉선수촌을 들러볼 것을 권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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