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두터움의 위력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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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 타이틀을 따는 게 목표입니다.” 2003년 5월, 진시영 2단이 입단했을 때 품은 포부였다. 내심 설정해 놓았던 2년은 넘겼지만 입단 3년 만에 국수전 본선 무대에 올랐다. 국수(國手)는 꿈에 그리던 이창호 9단이다. 그 옛날 19세의 서봉수 9단이 2단 단위(段位)로 조남철 9단을 상대했던 것처럼 ‘17세 2단 도전자’를 꿈꿨다. 그러나 10대 도전자의 꿈을 품은 이가 또 있었고 너무 일찍, 8강전에서 맞닥뜨린 건 불운이었다. 19세의 윤준상 4단. ‘윤펀치’라는 별명이 붙은 이 괴력의 신예 유망주도 ‘서봉수 신화’를 꾸고 있었다. 하긴 누군들 도전자의 꿈을 꾸지 않으리.

잔잔한 수면을 노니는 오리 떼를 바라보는 듯한 바둑이었다. 하지만 물밑에서 내젓는 오리발질은 유난하고 활시위처럼 균형이 팽팽한 바둑일수록 단 한번의 실수는 곧장 승부로 이어진다.

백 48이 방향착오였다. 백 1, 3으로 두어 상중앙에 치중해야 했다. 흑 49, 51, 53이 보이지 않는 두터움이었고 이것이 중반 이후 위력을 드러내면서 무너졌다. 흑 69에 백 70으로 버텨 상변 흑대마 잡기에 ‘다걸기(올인)’한 것도 이 두터움 탓에 선택한 어쩔 수 없는 옥쇄였다. 113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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