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시장’ 분양가 규제로 부동산시장 더 흔들 건가

  • 입력 200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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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확대가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자 건설교통부가 내주 초 관련 대책을 내놓을 채비다. 한마디로 가격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경제 질서에 위배될 뿐 아니라 헌법 정신에도 어긋난다. 헌법 119조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과잉 금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고 집값을 낮춰 주는 실효성(實效性)이 있는 것도 아니다. 건설사가 폭리를 취하는 상황에서 원가를 규제하면 분양가 자체는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는 전체 물량의 3∼4%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최초 분양자로 하여금 시세와의 차익(差益)을 챙기도록 해 줌으로써 차익을 노리는 투기만 자극할 뿐이다.

중·장기적으로 분양가 규제는 공급을 위축시켜 집값을 더 높여 버린다. 또 가격을 통제하면 ‘질 좋은 아파트’가 지어지지 않는다. 분양가 규제를 도입한 1977년부터 충분히 경험한 일들이다. 분양원가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공개된 원가가 정확한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예삿일이 아니다. 건설사 폭리가 문제라면 가격규제가 아니라 택지공급가를 시가 수준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1995년부터 분양가 규제를 풀기 시작해 1999년 완전히 없앤 것도 이런 문제점들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옛날 방식으로 되돌아간다면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국민의 눈을 속이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10·29, 8·31, 3·30 등 현 정부 들어 30여 차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실패한 것도 대개 이런 접근 때문이다.

규제만능주의 발상으로는 더는 안 된다. 해법은 소비자가 원하는 주택을 확대 공급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시장친화적인 자세로 부동산과 관련한 무슨 규제들을 어떻게 풀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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