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法-檢싸우는 김에 ‘구속기준’ 접점 찾으라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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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사건 관련자 구속 여부를 놓고 다시 터진 법원과 검찰의 감정싸움은 볼썽사납다. ‘인분(人糞)’ 운운하는 막말까지 주고받는 모습은 국민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한다. 이번 싸움은 ‘공판 중심주의’와 관련해 “검사의 수사기록을 던져 버리라”던 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 비하 발언이 부채질한 감정대립을 미봉해 뒀던 데에 근인(近因)이 있다.

우리 사법사(司法史)는 법원과 검찰의 ‘갈등과 힘겨루기의 역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표면적인 이유가 무엇이건 그 뿌리에는 직역(職域)이기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판검사가 사법연수원에서 함께 법조 실무를 배운 ‘동기생’이라는 점을 ‘심리적 배경’으로 보는 법조인도 많다. 연수원 수료 후 각기 다른 길을 걷게 되지만 서로가 “너한테 질 수 없다”는 경쟁심리가 작용한다는 얘기다. 자존(自尊)이 지나쳐 상대방의 책무를 얕잡아 보는 태도로 나타난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법조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위 법관의 무죄석방 조짐, 현대·기아차 로비의혹 사건 관련자 8명의 보석(保釋), 론스타 관련자 3명의 구속영장 기각이 이어져 이번 싸움에 기름을 부었다. 론스타 관련자들에 대해 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고 했으나 검찰은 영장발부 관행에서 크게 벗어났다며 ‘수사 방해’라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보강증거도 없이 토씨 하나 안 바꾼 새 영장청구서를 내민 것은 감정적 대응이다.

법원도 바뀐 구속기준 등에 대해 검찰의 이해를 돕는 충분한 설명 없이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는 ‘이용훈 코드’를 들이댄 것 같다. 이 대법원장은 과거 대법원장들과는 달리 평소 재판에 관한 소신을 잘 드러내는 편이다. 판사의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른’ 재판권을 위축시켰다는 지적도 나올 만하다.

이왕 싸움을 하는 마당이면 토론과 대화를 통해 인신구속의 기준에 관한 생산적 접점을 찾는 게 국민에겐 중요하다. 법-검의 소모적 대립은 지겹다. 이번에도 감정싸움 정도로 그친다면 국민의 사법(司法) 불신이 더 확산되고 사법의 권위가 거듭 추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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