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대통령 ‘남은 人事’만 잘하면 ‘최악’ 면할 수 있다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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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정책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 주고,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이를 실현한다. 그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 인사(人事)다. 인사만 잘하면 이미 대통령으로서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잘못된 인사와 이에 따른 국력 소모’로 점철된 3년 8개월을 보냈다. 이것이 그의 재임 중 대통령 자신도, 국민도 불행하게 된 주된 원인의 하나다.

인사 실패로 인한 국정 실패의 책임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 잘못된 인사를 바로잡아 국정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사람도 대통령뿐이다. 노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청와대와 내각의 부적격자들을 단호하게 경질하고, 다수 국민이 신뢰할 만한 적재적소 인사에 폭넓게 성공한다면 국정 성적이 개선되고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외교안보팀 개편 때 단순한 자리바꿈이 아니라 대대적으로 인물 교체를 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다시 코드에 집착하거나 어정쩡한 인사를 한다면 외교안보정책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놓치고 말 가능성이 높다.

미스캐스팅에 오기 부린 게 ‘정권 실패’ 主因

대통령의 ‘인사권’은 ‘멋대로 인사할 권한’을 뜻하는 게 아니다. 주권재민(主權在民)의 헌법 정신에 따라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인사를 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국리민복(國利民福)에 기여해야 한다. 이 정부 들어 빚어진 외교안보, 교육, 경제 등 모든 국정 분야에서의 정책 난맥상은 상당 부분 인사 난맥에서 비롯됐고, 노 대통령의 비뚤어진 인사관(觀)이 그 선행 원인임을 대통령 스스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정책 실패가 명확히 드러났으면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는 것도 용기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하지만 북의 핵 보유를 막지 못하고 한미관계를 이완시킨 외교안보정책 당사자들한테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대북정책 수행 과정에서 큰 과오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마치 자신이 정쟁(政爭)의 희생양인 양 포장했다. 또 “대북 포용정책이 거둔 성과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포용’과도 어긋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었고, 자신의 세력을 중심으로 정보를 독점해 관계 부처와 빈번히 마찰을 빚기도 했다.

추병직 장관 경질하고 ‘송민순 외교’는 再考를

국민은 뭐가 잘못됐는지 아는데 정작 잘못을 한 쪽에선 “내 탓이오” 하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한마디로 책임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돌출 언행에다 오락가락하는 부동산정책 발표로 시장 혼란을 부채질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같은 인물은 과감히 물갈이해야 한다.

송 실장은 “인류 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가 미국”이라는 발언으로 한미관계를 악화시킨 당사자이다. 그의 말에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그가 말한 미국의 전쟁 중에는 3만여 명이 전사하고 10만여 명이 부상한 한국전쟁도 들어 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피를 나눴다는 동맹국 간에 있을 수 없는 언사가 오간 것이다. 그런 송 실장을 외교통상부 장관에 앉힐 경우 미국이 과연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한미관계를 복원할 의사가 있다고 믿겠는가.

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바꿀 건 바꾸고, 책임을 물을 것은 확실하게 묻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임기가 1년 4개월이나 남았으니 실수와 실패를 만회할 시간은 있다. 대통령 본인을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변화의 모습을 보여 준다면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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