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황대책, 재정 조기집행보다 규제완화 “먼저”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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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지금은 사실상 불황”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예산을 앞당겨 쓰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뜻을 밝혔다. 취임 100일 만에 경기부양 방식을 언급한 것은 변화된 모습이다. ‘미세조정’ ‘리밸런싱(재조정)’ ‘경기관리’ 같은 말장난을 계속하기보다는 국민에게 경기 판단과 정책 방향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게 낫다.

문제는 경기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는 재정정책에 앞서 민간의 활력을 부추길 수 있는 규제 완화 등 실질적인 조치를 먼저 취해야 옳다. 정부도 자인했듯이 생산성을 높이려면 정부 스스로 ‘규제권력’을 내던져야 한다.

그럼에도 거꾸로 가는 경우가 많다.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도 그렇다. 개정안은 자회사 이사가 잘못했을 때 자회사를 대신해 모회사 주주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하는 이중대표소송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들어있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활동 규제를 완화하고 경영권 방어제도는 보완해 달라’며 이중대표소송제도나 회사기회 유용금지 등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오늘 법무부에 제출한다. 정부는 이런 요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재계가 새로운 규제 문제로 갈등하는 사이에 불황은 더 깊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내년에 세계경제 둔화와 북핵문제, 대통령선거 등의 내외 요인 때문에 고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4.2%로 전망하면서 북핵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1%포인트가 낮아질 수 있고,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반전돼 30억 달러 적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의 모든 지표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민간에선 불황 탈출을 위해 기업투자를 되살려야 한다며 규제 완화 등 구체적 방안을 여러 차례 제시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못 들은 척한다. 그러면서 내년 대통령선거에 맞춰 경제를 운용하려는 듯이 재정에 의존한 경기부양책을 흘리고 있다. 그러니 정책이 신뢰를 받기는커녕 ‘대선용’이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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