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종구]달구벌이 선사한 ‘육상의 재발견’

  • 입력 200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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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가 열린 2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엔 4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찼다.

그들은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세계적인 스타인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와 육상 남자 110m허들에서 세계기록(12초 88)을 세운 ‘황색 탄환’ 류샹(중국)의 경기 모습을 보며 환호했다. 이신바예바와 류샹은 열광하는 팬들에게 간단한 선물을 전하기도 하고 사인을 해 주며 즐겁게 어울렸다.

특별 이벤트도 관중을 흥분시켰다.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선언한 대구시가 대회 시작 전 대구시의 7개 구청 팀과 달성군 팀, 중국 2개 팀, 일본 1개 팀이 참가한 일반인 릴레이 경주를 실시했는데 시민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이날 경기장은 육상 관계자와 선수 가족 수백 명만 찾던 평소의 썰렁한 국내 육상경기대회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스포츠 스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고 한다. 우상을 원하는 현대인들을 끌어 모으고 다른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한다. 결국 해당 스포츠가 발전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게 된다. 스포츠가 인기를 얻기 위해선 그 종목의 저변 확대와 함께 스타 발굴이 중요한 셈이다. 축구나 야구가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도 유명 스타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일반인의 관심을 끌 만한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 인하대 김병준(스포츠심리학) 교수는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이벤트는 저변 확대의 좋은 방법으로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속감이 있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의 경우 팬들이 국가대표팀 경기보다는 자기 지역 팀 응원에 더 열성적이다. 육상을 지역 축제와 연계시키는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에선 인기 스포츠인 육상이 한국에선 비인기 종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육상 관계자들은 늘 선수 기근과 인기 없음을 한탄하며 “축구 야구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육상에도 신경을 써 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면서도 육상을 발전시킬 근본적인 대안은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번에 한국 육상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대구에서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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