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심규선]김 부총리와 공 교육감이 만나면

  • 입력 2006년 9월 3일 2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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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교육부총리로 내정됐다. 교육 현안이야 널려 있지만 그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학교를 설립하려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하지만 그가 어떤 교육관을 갖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대답이 궁금하다.

국제중 설립 논쟁은 교육이 추구해야 할 보편성(普遍性)과 수월성(秀越性)의 대립이다. 논란을 거듭하며 찬성과 반대의 논리도 분명해졌다. 보편성이나 수월성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둘 다 무시할 수 없는 교육적 가치이다. 그러나 설립을 원하는 쪽은 이제는 우리 교육도 획일적 평등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하는 쪽은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문제는 일선 교육감과 상급기관인 교육부의 권한 충돌이기도 하다. 법에 따르면 서울시 교육감은 얼마든지 국제중을 설립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하는 감독기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우리 교육 풍토 때문에 감정싸움처럼 비치면서 문제가 더 꼬여 버렸다.

김 내정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만약 국제중 설립에 찬성한다면, 아니 적극적 반대만 하지 않더라도 그는 교육의 수월성과 효율성, 교육기관의 자율성과 경쟁 원리 도입에 긍정적인 교육관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대목은 중요하다. 그가 교육계의 이해집단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대학과 일선 학교,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힌트를 주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간의 권한 배분에 대한 이견, 대학 통폐합과 국립대 법인화 문제, 대학과 일선 고교 사이의 입시제도 갈등, 전교조의 교원평가제 반대와 교총의 교장공모제 반발 등 굵직한 현안들이 그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김 내정자는 국제중 설립에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정신을 얽히고설킨 교육 현안을 해결하는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교육에 수월성과 효율성을 도입하고, 교육기관의 자율성과 경쟁 원리를 보장하는 방법만이 우물 안에서 붕어빵을 찍어 내는 데 급급한 우리 교육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행인 것은 김 내정자가, 비록 똑 부러지진 않지만, 지금까지 평준화 보완이나 학교 다양화, 대학입시제도 개선, 대학경쟁력 확보, 교육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 이 정부의 교육정책과는 결이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그래도 걱정은 남는다. 그가 아직은 ‘줄기세포 부총리’이기 때문이다. 어떤 교육부총리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각료가 되면 평소의 소신이나 철학을 굽히거나 버리는 일을 너무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줄기세포’가 ‘코드 부총리’로 분화하는 일이다. 참여정부 들어 ‘코드 부총리’가 여러 명 있었지만 누구도 “성공했다”는 평가는 받지 못했다. 김 내정자는 그들과 다른 길을 가야 한다. 그래야 성패를 떠나 ‘달랐던 부총리’라는 말이라도 들을 수 있다.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얼마 전 국제중 설립 의지를 밝히며 “애원하겠다”는 말을 했다. 국제중 설립에 반대하는 교육부를 향해서다. 제대로 애원도 해 보기 전에 영훈학원은 ‘사회적 혼란’을 피하고 싶다며 국제중 설립 신청을 철회했다. 앞으로 교육감이 교육적 소신을 펴고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사용하는 일에 ‘애원’까지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거꾸로 교육부가 교육감에게 애원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야 한다. 김 내정자는 요즘 왜 교육부 폐지론이 나오고, 교육부총리가 없으니 교육이 더 잘 돌아간다는 말이 나오는지 되새겨 볼 일이다.

김 내정자가 정식으로 교육부총리가 되면 공 교육감과 만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김 교육부총리가 이런 질문을 해 주길 기대해 본다. “국제중을 설립하는 데 교육부가 뭐 도울 일은 없습니까?”

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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