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종화]30년後보다 현실경제 챙겨라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코멘트
우리 경제가 과거의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경제성장률은 3.9%에 머물러 경쟁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올해 성장률 또한 5%대를 기록할지 불투명하며 내년엔 다시 4.5%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비전 2030’ 보고서는 앞으로 우리 경제가 꾸준히 성장해 2030년에 세계 8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최근 2년 사이 인도 브라질에 추월당해 세계 12위로 경제 위상이 낮아졌다. 이대로 성장 잠재력이 계속 하락하면 러시아 멕시코 호주에도 추월당할 것이다.

모두가 합심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조기 졸업하고 2002년 월드컵에서 세계 4강의 신화를 이루었던 우리 사회의 정열은 어디로 갔는가? 우리가 고통을 분담한 구조조정과 개혁의 성과는 모두 어디로 가고 양극화와 저성장의 고통을 겪고 있는가?

우리 경제의 문제는 무엇보다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의 도전 정신이 크게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고수익 고위험의 신기술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투자비율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GDP의 36%대에서 크게 하락해 30%에 머무르고 있다.

기업가들의 투자 의욕을 살려 주어야 한다.

투자를 위축시키는 정부 규제에 대한 완화를 검토하여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 투자, 신기술 개발에 대한 장기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위험을 감수하고 노력하여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평가에 인색하다. 사회 분위기를 바꾸어야 정주영 같은 기업가들이 또 나올 수 있다. 정치의 불안정,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여 주어야 기업이 위험을 무릅쓰고 장기 투자를 과감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리더가 될 청년세대를 적극적으로 육성하여야 한다. 이대로 가면 고급 인력의 경쟁에서도 후발국에 처지게 된다. 중국은 해외에서 공부한 우수한 고급 두뇌를 국내로 유치하고 외국 일류 대학의 교수들을 초빙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인도는 지피(Zippie)족이라 불리는, 정보기술력과 영어 실력을 비롯해 도전 정신을 두루 갖춘 우수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서비스 센터로 탈바꿈해 가고 있다.

아직 한국의 일류 대학은 전 세계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매년 우수한 학생 500명을 뽑아 1년씩 세계 유수의 대학에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100억 원이면 된다. 비슷한 금액이면 세계 일류 대학의 학자들을 매년 100명씩 초청하여 한국 대학에서 강의하게 할 수 있다.

바다이야기 오락실의 한 달 매출이 400억 원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비용이 결코 크지 않음을 보여 준다.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 주체가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영표 선수는 성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축구를 하면 된다고 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며 모은 재산의 99%를 자선 단체에 기부하기로 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공은 저절로 찾아온다고 하였다.

우리 경제가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를 확대하고 대학 교육의 질적 개선을 해 나간다면 성장률을 1%는 더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평균 성장률 1%의 차이는 2030년에는 우리 경제 규모의 25% 이상의 차이를 가져온다. 성장 동력을 높여야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성장과 복지가 함께하는’ 세계 일류 국가의 비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경제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