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학기 시작되는데 학교식당은 닫혀 있으니

  • 입력 2006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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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개학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6월 집단급식 사고로 중단된 학교급식이 재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한다. CJ푸드시스템에 급식을 위탁했던 서울 경기 인천지역의 107개교가 사고 이후 급식을 중단했고 이 바람에 11만여 명의 학생이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녔다. CJ푸드시스템은 철수해 버리고, 상당수 학교는 새 위탁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많은 학생이 2학기에도 도시락을 이용해야 할 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6월 급식사고의 원인균을 찾지 못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48개 초중고교에서 3492명이 음식으로 중독된 국내 최악의 사고였음에도 책임을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환자가 생겨도 쉬쉬했던 학교, 보고를 받고도 즉시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교육청, 역학조사에 늑장 착수한 보건 당국이 서로 ‘네 탓’만 하고 있는 가운데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만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사고 후 급식 방식을 3년 안에 학교직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일사천리로 국회에서 통과된 것도 걱정스럽다. 고등학교의 경우 위탁급식이 전체의 44%나 되는 상황에서 직영급식의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었고, 연간 8000억 원이 넘는 예산 확보 방안도 마련되지 않았다. 여야가 정쟁(政爭)을 하느라 민생법안 처리를 미루는 것도 잘못이지만, 이에 따른 책임을 면해 보려고 날림으로 통과시킨 것은 더 한심하다.

교육 당국은 당장 새 위탁업체 선정에 시간이 걸리고, 직영급식 전면 도입도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락을 한번도 싸 보지 않은 요즘 학부모들에겐 도시락 준비가 예삿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결식(缺食) 학생들이다. 교육 당국은 결식 학생에게 도시락을 배달해 주거나 급식비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학생들은 급식 지원을 받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아예 점심을 굶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편한 점심 한 끼’도 제공하지 못해 무거운 책가방도 모자라 도시락 가방까지 둘러메도록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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