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의 인사권은 국민 위에 있나

  • 입력 200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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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문재인 법무부 장관’ 구상에 여당이 반발하자, 청와대는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박남춘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인사에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간섭하는 건 옳지 않다”며 “대통령과 가깝다고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인사권 침해요, 마지막 남은 권한마저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의 참패를 통해 이미 민심을 읽었다. 국민은 국정 혼란과 비효율의 상당한 책임이 대통령의 ‘코드 인사’에 있다고 보고 표로써 심판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기는커녕 다시 측근을 기용할 경우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으로 본 것이다. 여당의 이런 상황 인식은 옳다고 우리는 본다.

문 씨는 노 정권의 핵심 인물로 국정 운영의 부실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부터 함께 정치 활동을 해 왔고, 정권 출범 후에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인사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깊이 관여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가 총지휘한 인사 검증이 줄줄이 구멍이 나 인사청문회 대상을 국무위원 전원으로 확대한 것은 한 예다.

문 씨는 지방선거 때 “부산 사람들이 왜 부산 정권을 몰라 주느냐”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문 씨가 과연 ‘인품과 능력’을 겸비한 법무부 장관감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장관과 같이 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지만, 그동안 국정철학에 맞는 사람들을 쓴 결과가 어떤지는 청와대가 더 잘 알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헌법과 국민의 뜻을 존중해 사람을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쓰라는 권한이지, 코드에 맞춰 자의적(恣意的)으로 행사하라는 것이 아니다. 검찰 경력도 전무한 대통령 동향(同鄕) 사람이 꼭 법무부 장관이 되어야 할 이유를 다수의 국민은 알지 못한다. 민주국가라면 그런 인사는 민의(民意)와 여론의 견제를 받아 마땅하다. 청와대는 여당이 전하는 민심이 레임덕을 막는 조기경보(早期警報)임을 알아야지 비난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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