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병준 씨의 ‘내 자식, 남의 자식’ 이중 잣대

  • 입력 2006년 7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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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는 두 딸을 모두 외국어고에 편입학시킨 데 대해 “아이들이 외국생활에서 고통을 겪어 경험이 비슷한 학생이 많은 학교에 가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 좀 더 경쟁력 있는 학교에 보내려던 게 아니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다 “그런 생각도 있었겠지만…”이라며 한 답변이다.

자식 키우는 부모 마음은 다 같다. 김 씨의 딸들이 그런저런 이유로 외고에 갔듯이 모든 부모, 모든 아이가 각자의 동기에 따라 학교를 선택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 가고 싶은 학교에 가는 것은, 실력으로 경쟁을 뚫을 수만 있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김 씨는 외고의 학생선발 지역을 거주지로 제한하는 제도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영남지역에서 중학교를 다닌 학생은 경기 용인외고에 가는 게 꿈이어도 지원조차 할 수 없다.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더구나 세계의 학생들은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 세계의 학교를 넘나들고, 이를 통해 지식 경쟁력을 키워 국가 경쟁력을 창출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좁은 국토 안에서조차 ‘갈 수 있는 학교, 갈 수 없는 학교’를 정부가 강제하겠다는 것인가.

언젠가 노무현 대통령의 홍보참모가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는데, 국민은 독재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외고의 학생선발 지역 제한을 묵인 또는 ‘코드’로 유도하는 대통령이 과연 ‘21세기’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맞는지 의문이다.

김 씨의 두 딸은 부모 잘 만나 외국에 잠시 유학한 뒤 외고에 편입학까지 했는데, 정권 잘못 만난 일부 지방학생들은 ‘학교 선택과 행복 추구라는 기본권’마저 박탈당해야 하는가. 이런 규제를 원천적으로 없애지 않는 한, 몇 년 유예한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을 이중 잣대로 대하는 외고 정책 하나만 봐도 김 씨의 자질을 판가름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스스로 교육부총리 적임자라고 외치니, 이 정권 아래서야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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