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심규선]김병준 내정자를 감쌀 수 없는 이유

  • 입력 2006년 7월 10일 03시 06분


코멘트
박남춘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5일 청와대 브리핑에 ‘호흡 맞는 인사 기용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법칙에 예외가 있듯이 가끔은 예외도 있으련만, 이번에도 주요 언론의 접근법은 똑같았다. ‘코드인사’라는 독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들이댔다”고 했다. 되돌려주고 싶은 말이다. “모든 법칙에 예외가 있듯이 가끔은 예외도 있으련만, 이번에도 청와대의 접근법은 똑같았다. ‘언론탓’이라는 독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들이댔다.”

박 수석은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따라 자신과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사람을 등용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 ‘코드인사’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아 ‘오기인사’라는 말을 자초했고, 성과를 내야 하는 책임도 제대로 지지 않았다. 이 정부의 지지율과 5·31지방선거 결과가 그걸 증명한다.

박 수석은 김 내정자가 대학에서 20년 이상을 근무해 학교와 교육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졌다고 했다. 설마 20년 이상 대학에서 근무한 교수를 몽땅 교육부총리감으로 천거할 생각은 없으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교육부 수장을 지낸 사람들은 대통령과의 친소관계에 관계없이 대학이나 다른 부처를 맡아본 경험이 있거나, 학문적으로 큰 업적을 남겼거나, 하다못해 정치력이라도 갖춘 사람들이었다. 김 내정자는 이 중 어느 곳에 속하는가.

대통령정책실장을 맡아 교육관련 현안을 비롯해 거의 모든 정부 정책에 직간접으로 관여해 왔기 때문에 적임자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성공한 정책실장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김 내정자가 정책실장을 맡은 것 자체가 대표적인 코드인사다. 그가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장을 맡아 연을 맺지 않았더라도 정책실장으로 발탁될 수 있었을까.

박 수석은 우리 교육은 온 국민의 숙제이자 거대한 문제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도 민주당 대통령후보 시절 “일관된 교육정책 추진을 위해 불가피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교육부총리와 임기를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부총리의 무게가 달라지진 않는다. 김 내정자에 대한 논란은 그가 ‘격이 다른 각료’ 역할을 수행할 만한 능력을 갖췄느냐는 의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도 박 수석은 각료인사권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조차 후보 시절 기자회견에서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지만 정치가 확실히 달라지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무총리와 법무·행정자치부 장관 등 선거관련 부처 책임자를 한나라당 추천을 받아 임명할 것을 대통령께 건의한다”고 말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 발상을 전환해 야당에 각료 추천을 요구하기는커녕 여당의 우려마저 무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박 수석은 “민간 기업이나 언론사도 코드인사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공무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당치도 않은 말이다. 김 내정자가 자신이 근무하던 사립대학으로 돌아가 무슨 보직을 맡든 언론은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교육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새 교육부 수장이 환영과 격려 속에서 ‘절반의 성공’을 안고 출발해도 실패할 확률이 있다. 하물며 ‘절반의 실패’를 안고 출발하면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 언론은 그걸 걱정하는 것이다.

박 수석이 쓴 글의 부제는 ‘소모적 코드인사 비난 국가적 에너지 낭비’였다. 여기서 ‘비난’이란 단어만 빼고 싶다. ‘소모적 코드인사 국가적 에너지 낭비.’

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kss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