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佛수교 120주년: 변화하는 동북아와 프랑스

  • 입력 2006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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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연세대 상남경영원에서 열린 한국-프랑스 수교 120주년 국제학술회의에서 마르크 오랑주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프랑스와 한국 관계’란 주제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에서 세 번째부터 사회자인 우철구 영남대 교수와 발표자인 로이크 프루아르 주한 프랑스대사관 무관, 김명섭 연세대 교수 등이 앉아 있다. 김미옥 기자
23일 서울 연세대 상남경영원에서 열린 한국-프랑스 수교 120주년 국제학술회의에서 마르크 오랑주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프랑스와 한국 관계’란 주제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에서 세 번째부터 사회자인 우철구 영남대 교수와 발표자인 로이크 프루아르 주한 프랑스대사관 무관, 김명섭 연세대 교수 등이 앉아 있다. 김미옥 기자
《한국-프랑스 수교 120주년을 맞아 양국의 관계를 돌아보고 미래의 발전적 전망을 모색하는 국제학술회의가 23, 24일 서울 연세대 상남경영원에서 한국프랑스정치학회, 한국유럽학회, 동아일보 부설 화정(化汀)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 주최로 열렸다.

‘변화하는 동북아시아와 프랑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회의에는 한국학을 전공한 마르크 오랑주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를 비롯한 프랑스 학자 3명과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한국 학자 3명, 그리고 일본 중국의 학자가 1명씩 참석해 논문을 발표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는 지난해 5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동아시아 공동체와 한중일’,올해 5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동아시아와 미국’이라는 주제의 국제 심포지엄을 마련한 바 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주한 프랑스대사관, 한국국제교류재단, 동아일보사가 공동 후원했다.》

▼EU가 보는 동북아 안보▼

프랑스가 속한 유럽연합(EU)의 시각으로 본 동북아 속 한국의 안보 상황은 비관적이다.

와타나베 히로타카 일본 도쿄외국어대 교수는 “동북아 안보에서 EU의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전제한 뒤 “EU가 북핵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EU가 얼어붙은 북-미 관계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EU의 안보의제 중 우선순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다만 북한에 가장 많은 경제원조와 인도적 구호를 제공해 온 EU는 북-미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때 그 관계를 복원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로이크 프루아르 주한 프랑스대사관 무관은 “동북아의 군사력 개편은 지역 안보 의식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일국적 시각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 걱정”이라며 최근 본국 무관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소개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은 ‘국방개혁 2020’을 내걸고 군사력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앞으로 14년간 개혁에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한국의 국방예산은 운영에 3분의 2, 투자에 3분의 1을 할당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이를 50 대 50, 적어도 60 대 40의 구조로 바꿀 수 있어야 하지만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인력을 줄이는 문제가 쉽게 공감을 얻지 못한다.

중국의 경우 걸프전에서 큰 충격을 받은 후 인력을 줄이고 무기를 현대화하는 방향으로 군사력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 축소를 가져오는 구조조정에 대한 군부의 반발이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중국은 연간 800억 달러의 예산을 군사 분야에 퍼붓고 있지만 아직도 미국에 대항하기에는 부족한 액수다. 또 대개 러시아산인 중국의 무기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중국은 수입처를 바꾸고 싶어 하지만 미국의 대중(對中) 무기금수조치 때문에 그마저도 어렵다.

아시아 최대의 군사력을 가진 일본의 경우 지난해 미국과 전략적 협정을 맺으면서 대만을 일본의 방위권에 포함시켰다.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일본이 개입한다는 뜻이다. 일본은 미국의 일방적 명령체제에서 벗어나고 있는데 이는 같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보다 훨씬 빠른 것이다.

프루아르 무관에 이어 천위강 중국 푸단대 교수는 “동북아는 경제적으로는 상호 의존이 심화되고 있지만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중국 일본 한국의 상호 부정적인 국민감정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이양호 고려대 교수는 유럽 통합과 달리 동북아의 통합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유럽은 각국이 영토를 비교적 균등하게 나눠 갖고 있는 반면 동북아는 중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유럽은 식민지를 거느린 경험이 있는 국가들로만 구성된 반면 동북아는 식민지를 거느린 국가와 피지배국이 상존해 있으며 △유럽에는 영토 분쟁이 거의 없지만 동북아는 난사(南沙)군도와 독도문제 등 여전히 민감한 영토 분쟁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한-프랑스 외교 120년▼

한국과 프랑스의 120년은 대체로 선린의 역사였으나 서로 어긋나는 세월도 없지 않았다.

김명섭 연세대 교수는 “고종은 1896년의 아관파천(俄館播遷) 이후 러시아에 기대했던 신변보호조치에 실망하고, 대신 프랑스의 군함을 제물포(인천)에 정박시켜 경호를 돕도록 하라고 어명을 내리는 등 프랑스에 새로운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조선이 20세기를 여는 1900년 정식으로 파리에 공사관을 설치하고 파리만국박람회에 참가한 것은 프랑스와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크 오랑주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는 “프랑스는 대한제국 시절 고종의 지원 요청을 매번 거절했다”고 말했다. 아관파천 이후 고종은 러시아 측 경호가 허술한 것에 불만을 품고 민영환을 중국에 파견해 프랑스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또 고종은 을사늑약 체결 후인 1907년에도 이용익을 보내 프랑스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역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프랑스는 그해 일본과 협약을 맺고 조선을 일본의 세력권으로 인정했다. 오랑주 교수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 프랑스와 북한의 관계에 대한 후일담도 소개했다. 미테랑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회당 당수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이후 오히려 북한을 불신하게 됐다고 오랑주 교수는 전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많은 주민이 나와 그를 환영했으나 사람이 없는 지점에서도 박수 소리가 크게 들렸고, 그 박수 소리가 확성기에서 흘러나온 것을 안 미테랑 대통령은 이후 북한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프랑스는 현재 에스토니아를 빼놓고는 북한과 정식 수교하지 않은 유일한 유럽 국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프랑스 사립학교 비교▼

프랑스는 가톨릭계 학교를 중심으로 사학의 세력이 큰 나라다. 한국의 사학과는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를까.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대 프랑스의 사학은 국가의 재정 지원을 많이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같지만 한국에는 없는 학생선발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초중고 사립학교의 경우 전체 운영예산의 평균 2%를 사학재단이 담당하고 나머지 98%를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대학의 경우는 이 비율이 8.5% 대 91.5%다.

프랑스는 1959년 드브레법을 제정해 국가의 통제를 받아들이는 것을 조건으로 사립학교가 국가에 대해 재정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재정 지원의 대부분은 교사 인건비다. 교사는 학교가 임용하지만 인건비는 국가가 지원한다. 물론 이런 요청을 하지 않는 사립학교는 우리나라의 사립대학만큼이나 학비가 비싸고 소수에 불과하다. 2000년 기준으로 프랑스 사립 초등학교 학생 87만 명 가운데 불과 1만3800명, 사립 중고등학교 학생 113만 명 가운데 3만 명 정도만이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는 사립학교에 다닌다.

프랑스의 사립학교는 학생선발권이 학교에 있지만 한국은 초등학교만 선발권을 갖고 있을 뿐 중고교는 학생선발권이 없다. 중고교의 경우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하기 때문에 학생에게 선택의 자유도 없고, 학교에도 선발의 자유가 없다.

김 교수는 “만약 본인이 선택해 학교를 다니게 됐다면 학생들은 그 학교의 커리큘럼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 있지만 본인이 선택한 학교가 아니라면 학교 법인이 종교적 행위를 강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주제 발표

―제1회의

마르크 오랑주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

로이크 프루아르 주한 프랑스대사관 무관

김명섭 연세대 교수

―제2회의

장폴 마레샬 프랑스 렌1대 교수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

―제3회의

천위강(陳玉剛) 중국 푸단(復旦)대 조교수

와타나베 히로타카(渡邊啓貴) 일본 도쿄(東京)외국어대 교수

이재승 고려대 교수

▽토론

문희수 서원대 교수

이한규 서울시립대 교수

허만호 경북대 교수

이승근 계명대 교수

하상복 목포대 교수

심창학 경상대 교수

김응운 한국외국어대 교수

홍성민 동아대 교수

이양호 고려대 교수

온대원 한국외국어대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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