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稅金만으로 경제 못 살린다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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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열린우리당은 내년도 예산 관련 당정협의에서 공적(公的)자금 상환금으로 책정된 3조2000억 원의 예산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에 활용하자고 제의했다. 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경기부양(浮揚) 효과가 큰 건설경기를 살리겠다는 뜻이다. 정부 여당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국가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빚 갚을 돈으로 경기를 자극하겠다는 것은 실효성도 의심스럽고 후대(後代)의 세금부담만 키울 우려가 크다.

현 정부는 해마다 SOC예산을 1조 원 안팎 삭감하는 대신 복지예산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견지하고 있다. 여당이 SOC예산을 늘릴 생각이라면 복지예산의 생산성부터 따져야 한다. 그리고 빈부 격차 해소에도 별 도움이 안 되는 선심성 복지예산부터 줄여야 한다. 이를 SOC 투자로 돌려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진짜 서민복지정책이다. 이와 함께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방만한 조직과 지출을 대폭 축소해 이 돈도 SOC 투자로 돌려야 한다.

그러지 않고 세금을 더 거둬 공공건설 공사를 벌이면 일시적으로 건설경기를 진작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 해법은 되지 않는다. 민간의 투자 재원을 빼앗는 구축(驅逐)효과가 커진다. 건설경기를 살리려면 세금 폭탄과 규제가 합성된 반(反)시장적 부동산정책을 바꿔 민간 건설시장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현행 부동산정책은 집값도 안정시키지 못하면서 건설분야의 서민 일자리를 줄여 빈곤층의 삶만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것이 복지예산 증액의 빌미가 되고 ‘증세(增稅)와 큰 정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여당이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면 규제완화를 비롯한 근본적 제도수술에 나서야 한다. 반시장의 코드논리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자들이 눈치 보지 말고 대통령에게 바른말을 할 때다.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수도권 규제와 출자총액제한만 완화해도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여당이 편법적 예산전용으로 단기적 경기부양책 같은 꼼수나 찾고 있는 모습이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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