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유럽 3총사는 노련했다

  • 입력 2006년 5월 2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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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경험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게 아니다. 박지성-이을용-이영표 유럽 3인방은 노련했다. 이들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한 템포 늦게 경기 템포를 조율했다. 특히 이을용의 능구렁이 같은 패스와 박지성의 폭발적인 드리블은 상대 진영을 혼란에 빠뜨렸다. 공수 밸런스가 아주 좋았다. 허리를 장악해 게임을 지배했다. 설기현은 후반에 한 골을 넣었지만 예전의 파괴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전반 24분 오른쪽 조원희가 아드미르 블라다비치에게 뚫려 결정적인 슛을 허용한 것은 아찔했다. 조원희는 공격적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뒷공간이 불안하다. 전반 23분 상대 왼쪽에서 이천수와 박지성이 주고받는 패스로 슛 찬스를 잡은 것은 환상적이었다.

한국의 조별 예선리그 최종전 상대 스위스는 힘이 세다. 젊고 빠르다.

루도비치 마그닌(183cm)-필리페 센데로스(190cm)-파트리크 뮐러(182cm)-필리프 데겐(184cm)으로 이어지는 포백 수비진은 신장도 크다. 평균 184.8cm로 한국 공격진 설기현(184cm)-안정환(177cm)-이천수(172cm)의 평균 신장 177.7cm보다 7.1cm나 높다. 게다가 골키퍼 파스칼 추베르뷜러는 197cm나 된다. 결국 공중볼로는 어렵다. 빠른 발로 이들의 뒷공간을 노려야 한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수비진도 장신이었다. 평균 183cm. 한국은 이 때문에 공중볼을 자제하고 빠른 스피드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렸지만 그리 예리한 맛이 없었다. 프랑스나 스위스와 맞서려면 더 갈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다.

축구는 발레다. 선수들의 몸짓 발짓은 하나하나가 춤사위다. 부딪치고 엎어지고 뒤엉키며 만들어 내는 집단 퍼포먼스. 수직의 직립 인간들과 둥근 공의 앙상블. 사사이(4-4-2) 삼오이(3-5-2) 삼삼오오 발춤을 춘다.

축구는 사람이 한다. 그래서 실수가 있다. 동료의 실수를 감싸 주는 마음, 서로에 대한 믿음, 승리에 대한 열정, 조화가 없으면 승리는 오지 않는다. 모든 것을 걸고 한판 겨뤄야 한다.

한국축구팀은 오늘 유럽으로 떠난다. 이번엔 홈이 아닌 원정이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원정 경기에서 단 한번도 이긴 적이 없다.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축구는 팀이 한다. 11명의 뜨거운 가슴으로 한다. 그 가슴이 하나로 빨갛게 달아오를 때 ‘골’이라는 붉은 연꽃이 핀다.

젊은 그대들, 부디 돌아올 때 춤추며 돌아오라.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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