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18 光州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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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스물여섯 돌인 어제 광주는 어느 때보다 정치인들로 붐볐다. 각 당은 일제히 이곳에서 지방선거 출정식을 가졌다. 노무현 대통령도 기념식에 참석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반(反)독재 투쟁시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지역주의와 집단이기주의 극복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 연설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한나라당을 ‘시민 학살 계엄정당의 후계세력’이라고 공격하며 “한나라당의 (선거) 석권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까지 광주에 합류해 “광주 전남 유권자가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것은 지역주의가 아닌, 고도의 정치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열린우리당은 없어질 정당”이라며 ‘호남 적자론(嫡子論)’으로 맞섰다. 모두가 ‘5·18정신’을 말했지만 결국 매표(買票)전쟁일 뿐이었다.

국립5·18민주묘지 앞에서는 대학생들이 평택미군기지 반대시위를 벌였다. 유세에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운동권 학생들에 쫓겨 다니며 연설을 해야 했다. ‘5·18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선진국 건설의 초석으로 삼자는 미래지향적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다.

노 대통령부터 과연 반독재 투쟁시대의 의식(意識)에서 벗어났는지 자성(自省)해 볼 일이다. 사회를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갈등을 부추겨 온 것이야말로 세상을 민주 대 반(反)민주로 나누었던 행태의 답습이다. 친북반미(親北反美) 세력이 주도하는 불법 폭력시위와 ‘떼 법’이 법치(法治)를 흔들고, 사회를 ‘하향 평둔화(平鈍化)’로 몰아가는 맹목적 평등주의가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하여 노 대통령은 어떤 쪽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또 ‘부산 정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는 사실도 아이러니다.

5·18의 광주에서 들려온 ‘높은 목소리’들이 이래저래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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