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연수]국가경쟁력이 뭐기에

  • 입력 2006년 5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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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6년 세계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9계단이나 떨어져 61개국 가운데 38위로 나타났다.

이를 놓고 많은 사람은 한국의 경쟁력이 크게 나빠졌다고 걱정한다.

반면 정부는 기업인 설문조사에 많이 의존한 평가라서 객관적이지 않다고 의미를 축소한다. 당시 정치 사회적 상황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는 등 ‘진짜’ 국가경쟁력을 측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IMD는 미국의 하버드, 와튼, 프랑스의 인시아드 등 수많은 비즈니스 스쿨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국가경쟁력 조사와 발표에 대해 누가 공신력을 부여하지도 않았다.

불과 1년 사이에 국가경쟁력이 9계단 떨어졌다거나 12위나 올랐다(중국)는 조사 결과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그러니 정부가 조사의 신뢰도를 낮춰 보는 것도 일리는 있다.

그럼 도대체 국가경쟁력이 뭐기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경쟁력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정작 ‘경쟁력이 뭐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하기가 어렵다.

개인이나 기업의 경쟁력도 정의하기 어려운데 국가경쟁력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보통 사람들은 막연하게 군사 외교적 측면과 삶의 질까지 국가경쟁력에 넣을지 모른다.

경쟁력 분야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국가경쟁력은 그 나라가 산업을 얼마나 혁신시키고 개선할 능력이 있는가로 판가름 난다”고 했다.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가경쟁력이고, 정부는 이를 위해 제도와 교육 등 각종 인프라를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경쟁력 조사에 이론적 바탕을 제공한 포터 교수의 말을 들으면,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왜 국가경쟁력 조사가 기업인들의 설문에 일부 의존하게 되는지 알 수 있다.

경영학에 뿌리를 둔 경쟁력 이론에 대해, 엄밀한 수치를 선호하는 경제학자들은 불신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경제지표에는 국내총생산(GDP), 무역수지 같은 객관적 숫자도 있지만 설문조사 결과도 많다. 정부가 경기전망에 활용하는 소비자평가지수나 기업경기실사지수도 설문에 의존한다.

국가경쟁력 발표로 유명한 곳은 IMD 외에 세계경제포럼(WEF)이 있다. 매년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이 포럼에는 세계 각국의 정상과 최고경영자들이 참여하지만 이것 역시 ‘공식’ 국제기구는 아니다. 국가경쟁력을 조사하는 데 경제지표 외에 기업인들의 설문조사를 활용한다는 점도 닮았다.

두 단체가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기관들도 종종 참고하고 인용한다.

오르내리는 순위 자체에 호들갑을 떨 것도 없지만 “국내 기업인들이 ‘누워서 침 뱉기’를 했다”고 비난하며 무시할 일은 더욱 아니다.

외교 국방 복지를 포함해 한 나라의 힘을 결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경제력이다. 그리고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인들이 정부 효율성과 기업 환경을 나쁘게 평가했다면 “상황에 따라 주관적으로 대답해서 그렇다”고 폄훼할 것이 아니라 왜 상황이 그처럼 불안정하고 나쁜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신연수 경제부 차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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