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른바 ‘신문발전委’의 反국민적 언론탄압

  • 입력 200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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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심판대에 올려져 있는 신문법에 근거해 정부(문화관광부) 산하 기구로 태어난 ‘신문발전위원회’는 어제 전국 신문사를 상대로 “경영자료 제출을 의무화한다”며 설명회를 가졌다. 결국 정부에 보고하는 셈이 되는 자료에는 각 신문사의 발행부수와 유가부수, 구독료 수입과 광고수입, 자본내역,지분내역뿐 아니라 가두 판매량, 지국별 발송부수, 판매지원비, 신문용지의 입출고 기록 등이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정부가 신문발전위를 내세워 신문사의 경영실태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겠다는 얘기다. 21세기 어떤 문명국가가 이런 짓을 하는가. 얼마나 국민을 잘 살게 해주는 정부이기에 이런 횡포까지 부리는가. 악명 높았던 제5공화국의 언론기본법조차 언론사의 재산상황 정도를 제출케 하는 데 그쳤고 그나마도 결국 포기했다.

신문 경영자료를 손에 쥐고, 신문 본연의 역할인 ‘권력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려는 의도를 읽지 못할 국민이 과연 있을까. 언론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정부와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제대로 못하면 결국 국민의 눈과 귀가 멀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선거에서 유권자가 바른 판단을 할 수 없고, 결국 민주주의 자체가 무너진다.

서울고등법원은 1995년 언론사의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영업비밀과 기업의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공개가 위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기업의 경영자료 공시는 증권거래법 등에 규정되어 있긴 하지만 영업비밀은 보장되며 상장기업이 아닌 회사는 해당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신문발전위의 요구는 정당한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기존 법과 상충된다. 이처럼 위헌적 초법적 조항이 버젓이 들어가 있는 게 바로 신문법이다.

더 황당한 것은 신문발전위가 경영자료의 사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신문사를 상대로 검증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모든 신문사를 호령하는 ‘홍위병’이 등장할 판이다. 신문발전위는 이런 일을 벌이면서 올해에만 혈세 250억 원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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