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납북·탈북자 문제 놓고 뒤바뀐 韓美대통령

  • 입력 2006년 5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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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그제 백악관에서 탈북자 김한미(7) 양 가족과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의 어머니 등을 만나 위로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한 국가의 지도자가 납치를 조장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판하면서 “미 대통령으로서 인권과 자유가 없는 북한 주민을 위해 끝까지 일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들어야 할 말을 미국 대통령에게서 듣게 되니 참담하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탈북자나 납북자 가족들을 단 한 차례라도 만난 적이 있는가.

이날 면담을 계기로 미국의 대북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미 법원은 지난주 한국 국적의 탈북자에게 처음으로 망명을 허용했다. 앞으로 탈북자 수용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신호다.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대사는 연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저임금’을 문제 삼고 있다. 더는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 북을 회유하던 모습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에만 매달리고 있다.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노력에 대해선 평가조차 않는 정부가 납북자 송환 대가로 북엔 대규모 경제지원을 제안한 것이 한 예다. 이런데도 한미동맹의 파열음이 커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이날 백악관 면담에도 주미 한국대사관 측은 초청조차 받지 못했다. 일본대사만 참석했다. 과거 한국의 어떤 정권도 미 정부로부터 이처럼 무시당한 적이 없다. 부시 대통령은 탈북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방침을 모를 리 없건만 면담 내내 어린 김 양을 자신의 옆 자리에 앉혔고, 결국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북과 화해하고 협력하되 탈북자와 같은 인도적 문제나, 위폐와 같은 북의 불법 활동에 대해선 미국과 입장을 같이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2원적 접근’을 했더라면 한미관계가 이토록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6자회담에 기대라도 걸려면 한미관계부터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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