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多重규제가 기업 옥죄는 걸 이제 알았나

  • 입력 2006년 4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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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는 디지털 시대인데 정부 규제는 이중적이고 과잉이다”고 지적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특히 통신과 방송이 융합하는 디지털 시대에 정부의 낡은 규제가 민간의 혁신적 서비스 출현을 방해한다고 공정위는 강조했다.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인터넷과 방송을 동시에 제공하는 인터넷 TV가 대표적 사례다. 이 서비스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할 경우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고, 방송법을 적용하면 방송위원회 규제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행법에는 이런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근거 조항조차 없다. 정통부와 방송위가 1년째 관할권 싸움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중수 KT 사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인터넷 TV 서비스 시행 준비를 완전히 끝냈는데 주무 부처가 정해지지 않아 시작도 못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 온 KT는 올해 관련 네트워크 등에 4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러고도 투자 결실은커녕 손해를 봐야 하는 게 우리 기업 현실이다. 그 사이에 외국 기업은 펄펄 난다. 현재 북미 136개 등 세계 211개 사업자가 인터넷 TV 서비스를 한다. 중국도 2002년 시범서비스에 이어 2008년엔 가입자 2000만 명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전자상거래에 대해서는 정통부,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공정위가 다중(多重) 규제를 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U시티사업’은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정통부의 규제 대상이다. ‘시어머니’가 많아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불평이 정보통신 업계에서 당연히 터져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U시티 지원법안’조차 제정하지 못했다. 역시 규제가 우선하고 지원은 뒷전인 나라다.

공정위가 다른 부처의 ‘낡은 규제’를 탓할 처지도 못된다. 권오승 공정위원장 스스로 출자총액제한의 문제점을 말하면서도 새 규제를 만들 2008년에나 이를 폐지한다니 ‘규제정부’의 속성 그대로다. 민간의 창의력을 북돋워 국제경쟁력을 높이려면 규제를 털어내는 것 외엔 해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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