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들이 왜 투자 않고 298조 원이나 쌓아둘까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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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돈을 재투자하지 않고 그냥 묵혀 두는 기업이 많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에 결산하는 상장 제조업체 중 487개사가 쌓아 둔 잉여금이 작년보다 41조 원 늘어난 298조 원이고 이 가운데 51조 원은 현금 형태로 갖고 있다. 회사당 평균 6130억 원(현금 1050억 원)꼴이다. 기업 재무구조는 탄탄해지겠지만 국가 전체로 성장 잠재력이 위축되는 문제가 따른다.

지난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5.1%로 재작년(3.8%)보다 개선됐지만 금액으로는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겨우 회복한 상태다. 올해 증가율은 7.7%로 높아질 전망이라지만 1월 0.1%, 2월 2.3%로 저조했다. 한때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던 기업들이 국내로 U턴해 하루가 멀다 하고 설비투자 계획을 쏟아 내는 일본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한국은행은 외국기업과 달리 국내기업들이 기술혁신이나 인적자원 투자에 제때 눈을 돌리지 못해 결국 투자가 부진해졌다고 진단했다. 또 고수익이 기대되는 투자 기회는 줄어드는 반면 중국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고 내수 부진까지 겹쳐 투자 유인(誘因)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나친 규제, 노사 갈등, 반(反)기업 정서, 정부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핵심적인 투자저해 요인으로 꼽는다.

투자가 부진하면 당연히 일자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조업 취업자 증가율이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내수기업 중소기업의 투자가 특히 부진해 고용창출도 저조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선진국들의 국민소득 1만∼2만 달러 때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투자 활성화, 경제의 효율과 성장을 중시하는 정책이 여전히 절실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번에도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며 귀를 막을 것인가. 양극화 해소도 과감한 규제 완화로 투자를 일으키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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