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명숙 총리 후보가 밝혀야 할 일

  • 입력 200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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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그가 국회의 동의를 얻으면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는 여성부와 환경부 장관을 지낸 경험과 재야(在野) 출신이면서도 쌀 시장 개방, 새만금 간척 사업 등 국가 현안에 유연한 자세를 보인 점이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야당 마음에도 드는 총리’를 고르려고 노력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한 후보자 인준에 앞서 몇 가지 선결(先決) 과제가 있다고 본다. 우선 야당이 요구하는 당적 이탈 문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행정을 총괄하는 총리와 선거사범 수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이 함께 여당 의원 직을 갖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공명선거와 초당적(超黨的)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도 당적을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후보자가 여러 시국 현안에 대해 좌(左)편향적 시각을 보인 데 대해서도 석명(釋明)이 필요하다. 그는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에 서명했고, 미국 의회의 북한인권법 통과에 대해 “북한을 고립 압박하는 식으로는 북한인권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위조 달러 제조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평화 정착 기운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북한을 감쌌다. 지난해 과거사법 처리 때는 “원래 여당 안보다 후퇴했다”며 표결에 기권하는 강성(强性) 자세를 보였다.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에게는 역사와 시대 상황에 대한 균형 잡힌 인식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한 후보자는 자신의 사상(思想) 및 내외정(內外政) 현안에 대한 생각을 명확하게 밝히고 검증받아야 한다.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13년간 복역한 사실과 관련해서도 해명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정부 전복을 기도하는 지하당(地下黨) 결성 혐의로 158명이 검거됐던 이 사건의 핵심 지도부는 북한과 연관돼 있었다. 북은 통혁당 주동자 김종태가 사형당한 후 그에게 영웅 칭호까지 수여했다. 통혁당이 최소한 ‘자생적 공산주의 조직’이라는 데 대해서는 대체로 평가가 일치한다. 최근 박 교수는 “통혁당에 가입한 적도, 포섭된 적도 없다”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본보에 밝혔다. 그러나 자신의 사상 편력에 대해서는 분명한 해명을 피했다. 박 교수가 부인의 총리 지명설이 나온 후에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점도 석연치 않다.

노 대통령도 좌익사건 연루자의 부인인 한 의원을 총리로 지명한 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성 문제와 전적으로 무관하다고 보는지, 남북관계에 대한 정권 차원의 고려는 전혀 없었는지 밝혀야 한다. 총리는 국회의원이나 장관과는 크게 다른 상징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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