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 긁으려고 집값 폭등 부채질하나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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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지역뿐 아니라 수도권과 6대 광역시 주요지역의 아파트 공시가격이 크게 올랐다. 집값이 뛴 데다 시세 반영비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증여세의 부과기준이 되는 만큼 주민들의 세금 부담은 당연히 급증한다. 또 이들 세금은 대부분 집값이나 전세금에 전가(轉嫁)되기 쉽다.

‘부동산세 인상→집값 상승→부동산세 인상→집값 상승’ 패턴이다. 이에 따라 부유층도 중과세(重課稅) 때문에 힘겹지만, 특히 집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멀어지고 전세금 부담이 커지며 상대적 박탈감도 깊어진다. 정부는 상위 2% 계층에 정밀유도탄 같은 세금을 때려 98%를 즐겁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집값과 전세금 급등으로 더 고통스러워진 계층은 무주택 서민들인 것이다.

갑자기 몇십 % 아니면 몇 배까지 늘어나는 재산세에 대한 납세자의 반발도 만만찮을 조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H아파트 33평형의 공시가격은 3억34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72.9% 올랐다. 서울 송파구 J아파트 56평형은 공시가격이 42% 인상됐다. 이곳의 보유세는 지난해 175만 원에서 496만 원으로 거의 3배가 된다고 한다. 서울 강북지역도 공시가격이 10% 이상 오른 아파트가 많다. 대구 만촌동 W아파트 67평형은 14.4%, 대전 둔산 H아파트는 12.5% 올랐다.

주민들의 조세저항을 걱정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재산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이런 지자체가 못마땅해 제동을 걸려고 한다.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효과도 거두지 못하면서 납세자들의 반발을 사고 지자체와도 대립하는 정부다. 총체적으로 정부의 무능과 무모함이 이런 결과를 낳는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최근 “8·31 부동산 대책을 통해 보유세에 대한 공평과세 기반을 공고히 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보유세 중과세는 집값 폭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의 진정한 정책 의도는 ‘부동산가격 안정’이 아니라 ‘세금 긁기’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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