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제재엔 움츠리고 南엔 몽니 부리는 北

  • 입력 2006년 3월 14일 03시 03분


코멘트
북한의 달러 위조 혐의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10일자 뉴욕 타임스는 미 정부가 금융제재의 성과에 미소 짓고 있다며 “북 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은 북을 상대로 직접적인 처벌조치(punitive actions)를 병행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내린 결론”이라고 보도했다.

그럴 만하다. 북은 지난주 미국과의 뉴욕 접촉에서 사실상 백기(白旗)를 들었다. 이근 북 외무성 미국국장은 “미 정부가 정보를 제공하면 위폐 제조자를 붙잡아 통보할 수 있다”며 최소한 (마카오의) 방코델타은행에 대한 제재만이라도 풀어 달라고 간청했다. 그래야 6자회담에 나가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미국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런 북이 한국에는 사사건건 고자세다. 최근엔 한미연합 전시증원연습을 이유로 이달 말로 잡혀 있던 제18차 장관급회담을 다음 달로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북의 장관급회담 연기는 벌써 6번째다. 북은 지난주 제3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도 엉뚱하게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를 들고 나와 회담을 깼다. 우리 측이 도로포장용 피치 8000t을 주기로 하고 어렵게 성사시킨 회담이었지만 정작 중요한 현안들은 논의조차 못했다.

정부는 그동안 북을 자극하지 않는 데 급급했다. 위폐 문제까지도 북을 두둔하는 자세를 보였다. 인권 문제가 나오면 “북한과 전쟁이라도 하란 말이냐”며 역정을 냈다. 그래서 얻은 게 뭔가. 6자회담은 4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도 진전이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대북정책에도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하고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 한다”고 충고해 왔지만 정부는 귓등으로 듣고 있다. 정권 차원의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정부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조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할 말은 하고, 듣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 그것이 북한 정권의 행태를 바꿔 결국 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