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내 조국은 세계…’ 출간 日반전운동가 오다-현순혜 부부

입력 2006-03-04 03:06수정 2009-10-0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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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라자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일본 작가 오다 마코토 씨와 부인 현순혜 씨. 오다 씨는 아내가 책에서 ‘새로운 시대를 살아라’고 쓴 것에 대해 “아주 거만하지만 한국 상황에 맞는 말”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세계 시민으로서 나는 일본 국민이 아니라 일본인, 내 아내는 한국 국민이 아니라 한국인입니다. 세계 시민은 ‘국가’의 경계나 굴레를 벗어나려고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사람입니다.”

일본의 대표적 반전 평화 운동가이자 작가인 오다 마코토(小田實·74) 씨와 화가로 활동 중인 재일 한국인 현순혜(玄順惠·53) 씨 부부가 한국에 왔다.

오다 씨는 베트남전쟁 반대 등의 평화운동을 펼쳐 온 공로로 1988년 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로부터 로터스 상을 받은 지식인. 1970년대 전태일 씨 분신 사건을 세계에 알리고, 시인 김지하 씨 구명운동을 펼치는 등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02년에는 시사주간지 ‘타임’ 아시아판이 선정한 ‘아시아의 영웅 25인’에 꼽혔다. 오다 씨 부부는 이번에 부인 현 씨의 책 ‘내 조국은 세계입니다’(현암사) 출간을 맞아 방한했다. 현 씨의 인생 역정에는 한국의 굴곡진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일제강점기에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부모 밑에서 일곱 자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세 언니는 한국 국적, 세 언니는 ‘조선’ 국적을 선택했다.

현 씨는 “그때만 해도 누구도 분단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며 “훗날 조선 국적인 언니들이 제주도에서 열린 부모님 장례식에 참가조차 못하는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현 씨는 1995년 아버지 장례식 후 한국 국적으로 바꾸었다.

두 사람은 1970년대 초반 오다 씨가 벌이던 ‘시인 김지하 석방 활동 국제지원 교류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1982년 결혼할 당시만 해도 재일조선인과 일본인의 결혼은 ‘경악’할 일이어서 두 사람의 결혼은 매스컴에서도 떠들썩한 화제였다.

현 씨에게는 오랫동안 ‘나는 누구인가’가 중요한 화두였다. 가족사에 어쩔 수 없이 스며든 근현대사의 비극적 흔적도 그렇거니와 결혼 후 중국 독일 미국 등지를 옮겨 다니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에 옮겨갈 때마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 때마다 ‘코리안, 본 인 저팬(Korean, born in Japan)’이라고 대답하고 그게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되풀이해 받으면서 정체성을 시험받고 단련됐습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그의 결론은 “나는 세계인”이라는 것.

“자기 근거 없이 세계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가짜죠. 핏줄과 배경, 유전자의 기억 등 삶의 흔적을 끌어안되 그로부터 자유로운 개인이 세계인입니다. 나와 조국, 분쟁을 일삼는 세계의 불행한 과거와 현재를 극복하는 길은 한 개인이 당당하게 곧은 시민으로 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인으로 서는 것’은 오다 씨도 공유하는 화두다. 그는 1945년 중학생 시절 미군의 오사카 공습 때 목숨은 건졌지만 숱한 사람이 ‘난사(難死)’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세계에 죄를 지은 국가의 국민으로 살면서 조국은 그에게 늘 부정해야 할 대상으로 다가왔다.


오다 씨는 “인간다운 정치적 공간의 실현을 위해서는 우리가 ‘국민’이 아니라 ‘시민’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이 ‘한 국가의 일원(국민)’이 아닌 ‘세계 공동체의 일원(시민)’으로서 평화주의자가 되어야 합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그때는 단지 죽음을 당하고, 불태워지고, 빼앗길 뿐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바로 ‘나’를 보호하기 위해 개개인은 ‘시민’으로서 전쟁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평생을 반전 운동에 바치며 행동해온 작가였던 오다 씨에게 문학은 무엇일까. 그는 “작은 자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람은 작은 존재입니다. 반면 대통령, 총리, 왕은 전쟁을 일으킬 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큰 존재죠. 그러나 큰 존재 혼자서는 전쟁을 일으킬 수가 없습니다. 작은 존재가 한 덩어리가 되어 거부하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요. 그러면 작은 사람이 제일 큰 사람인 거죠. 작은 사람이 역사를 바꿉니다. 작은 자의 존재, 작은 사람의 힘을 쓰는 것이 내게는 문학입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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