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한국외국어대 신임 박철 총장

  • 입력 2006년 3월 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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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박철 총장은 “외국어대의 브랜드는 외국어인 만큼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이 부분을 특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한국외국어대 박철 총장은 “외국어대의 브랜드는 외국어인 만큼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이 부분을 특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국내에서 처음 ‘돈키호테’ 완역으로 유명한 한국외국어대 박철(朴哲·57) 스페인어과 교수가 이 대학 8대 총장으로 지난달 28일 취임했다.

박 총장의 취임식에는 주한 외교단장인 알프레도 웅고 엘살바도르 대사,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국 대사 등 38개국 대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박 총장을 만나 학교 발전 계획을 들어 봤다.

박 총장은 “외국어대의 브랜드는 역시 외국어 교육”이라며 한국외대가 다시 5대 명문 사학에 들기 위해선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특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외대 졸업생이면 적어도 2개 이상의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바꿀 계획입니다. 올해부터 ‘7+1’ 제도를 도입해 학부 8학기 중 최소 1학기는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위해 국제교류장학금을 신설해 이번 학기부터 서울과 용인캠퍼스에서 100명씩 모두 200명을 선발해 1인당 150만∼200만 원을 지원한다.

박 총장은 우리 문화를 여러 언어로 해외에 가장 먼저 알리는 창구 역할도 한국외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1970, 80년대 한국외대에서 외국어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세계 각국으로 뻗어 나가 국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됐습니다. 외국어 분야에서는 한국외대가 다른 국내 대학보다 가장 특화돼 있고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각국의 지역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박 총장은 “지역 전문가를 기르기 위해서는 한국외대에만 신설돼 있는 외국어학부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며 “언어를 통해 우리 문화와 세계 문화를 연결하는 중심 역할을 한국외대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박강수(朴康壽·68) 전 배재대 총장의 동생이다. 박 총장은 형을 스승으로 받들면서 자문하고 있다.

예산을 절감해 나가면서 출판 사업, 외국어 콘텐츠 개발 등의 수익사업을 통해 학교 재정을 늘리겠다는 구상도 형이 학교 재정을 운영했던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형님이 재직하던 시절 배재대는 예산을 20%까지 절감했습니다. 절감한 예산으로 건물을 세우는 등 다른 사업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투명한 경영, 정직한 경영으로 예산을 절감하고 출판 사업, 외국어 연수, 외국어 콘텐츠 개발, 영어마을 사업으로 학교 재정을 늘릴 계획입니다.”

박 총장의 학교발전 계획 중에는 평양외대, 도쿄(東京)외대, 베이징(北京)외대를 잇는 동북아시아 외국어 전문교육기관 협의체 설립과 한국어문화교육원 발족도 있다.

“취임식 때 베이징외대 하오핑(학平) 총장이 참석해 협의체 설립에 합의했습니다. 올해 9월이 베이징외대 개교 65주년인데 이때 한국외대, 베이징외대, 도쿄외대, 평양외대 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합체 결성과 학술 교류를 논의할 계획입니다.”

박 총장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도 강조했다.

“해외 학생들에게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문화도 가르칠 수 있는 한국어문화교육원을 만들 생각입니다. 한국외대에는 외국어 교육에 대한 노하우가 있는 만큼 외국인들에게 제대로 된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을 하는 데 앞장서 나갈 것입니다.”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68학번 동문으로 1985년부터 모교에서 강의를 해 온 박 총장은 지난해 11월에 실시된 직선제 투표에서 10명의 후보 가운데 1위를 차지해 총장으로 선출됐다.

총장 취임 전에는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에게 푹 빠져 돈키호테 발간 400주년을 맞아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이 책을 완역해 출판계의 관심을 모았다. 지속적인 스페인 연구로 1983년 스페인 정부로부터 문화훈장 기사장도 받았다.

“돈키호테의 가장 큰 메시지는 ‘땀이 혈통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혈통은 남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열심히 노력해서 이룩하는 것이라는 말이지요. 이를 한국외국어대에 적용해 보면 대학 구성원들이 모두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고, 땀이 모아지면 명실상부한 명문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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