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추기경이 이날 밝힌 ‘회개와 보속’의 상징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운회 주교)가 통일동산 내 2200여 평의 부지 위에 건립할 예정인 ‘민족화해센터 및 참회와 속죄 성당’이다. 남북이 제각기 자신의 피해만 부각시킨 공간을 만든 적은 있지만 남북이 하나 되기 위해 서로 용서하고 속죄하고 참회하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지는 시설로는 처음이다.
민족화해위원회 장긍선 신부는 “우리가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먼저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나선 것”이라며 장차 북측도 여기에 동참할 수 있게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 위 성심성당을 보고 난 뒤 이 건물을 지을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심성당은 1870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당시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와 프로이센이 서로 싸우다가 많은 형제를 죽인 것을 참회하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성심성당에서는 그 후 100년 이상 매일 회개하고 보속하는 뜻으로 성채조배(성체 앞에서 특별한 존경을 바치는 신심행위)를 24시간 교대로 해 오고 있다.
‘민족화해센터 및 참회와 속죄 성당’은 말 그대로 교인들을 위한 전례공간인 ‘참회와 속죄의 성당’과 비신자 일반인들도 통일 교육 등에 이용할 수 있는 연수공간인 ‘민족화해센터’ 2개 동으로 구성된다. 건물 외양은 모두 과거 북한 교회와의 연계성을 드러내고 실향민이나 새터민(탈북자)들도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북한 교회의 옛 모습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어 꾸며진다. 남북 분단 전 북한 교회는 우리나라 전통건축양식을 적극 활용해 토착화된 양식을 보였다. 장 신부는 “성당은 과거 북한 신의주 진사동 성당의 외양을, 민족화해센터는 평양 외곽 서포에 있던 메리놀센터의 외양을 각각 본뜬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공되면 이곳은 분단을 상징하는 새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전투 장소에 세워진 판문점보다는 이곳을 더 많이 찾아 남북한이 화해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으로 서울대교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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