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한기흥]대만(臺灣)

  • 입력 2006년 3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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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전야였던 1월 28일 밤 중국중앙(CC)TV는 대만에 기증할 판다 암수 한 쌍의 이름을 정하는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방영했다. 무려 1억7000만 명이 전화와 인터넷으로 참여한 투표에서 ‘퇀퇀(團團)’과 ‘위안위안(圓圓)’이란 이름이 확정됐다. 퇀위안(團圓·흩어졌던 가족이 다시 모인다)이라는 말에서 한 글자씩 따온, 통일염원을 담은 이름이었다. 중국은 대만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이들 판다를 선물로 주겠다고 요란을 떨었으나 대만은 받지 않았다. 흡수통일 의도가 깔린 정치 공세로 본 것이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그제 ‘국가통일위원회의 활동 중단과 국가통일강령의 적용 종식’을 전격 선언했다. 중국과의 교류 접촉과 통일협상 등을 통해 대등한 입장에서 통일을 이룬다는 방침을 포기하고, 사실상 대만의 독립을 고착화하기 위한 첫 수순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1국가’ 입장을 무시한 조치여서 대만 해협에 긴장이 고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다.

▷대만 국방부가 지난해 실시한 양안(兩岸) 전쟁의 워게임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국이 미사일과 전투기 폭격기를 앞세워 대만을 침공할 경우 개전(開戰) 18일 만에 대만은 완전히 점령된다. 대만은 전투기 560여 대와 화포 3500여 문, 잠수함 4척, 전투함 39척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의 막강한 군사력에는 상대가 되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유사시 대만이 믿을 거라곤 대만관계법에 따른 미국의 군사적 지원밖에 없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외의 지역분쟁에 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사실상 관철했다.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도 ‘동북아 분쟁은 예외’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중국과 대만의 분쟁에 본의 아니게 휘말릴까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라도 주한미군이 양안 전쟁에 동원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동북아의 화약고가 될지도 모르는 양안 문제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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