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한류에 웃고… 취업난에 울고… 독도로 한마음

  • 입력 2005년 12월 2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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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사회면의 한 모퉁이에 자리 잡은 ‘휴지통’은 세상사를 들여다보는 작은 창이다. 휴지통은 1920년 4월 10일 탄생해 85년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국내 언론 사상 최장수 고정란이다.

부임 이후 조선말을 공부한다는 총독부 정무총감에게 “만세라는 말이 어떠한 말인지 특히 궁리하는 게 긴급한 일…”이라는 따끔한 충고로 첫 회를 시작한 휴지통은 올해도 400자 안팎의 크기에 한국 사회의 애환을 가감 없이 담았다.

올해 초 사회를 들끓게 한 것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었다. 3월 16일 일본 시마네(島根) 현 의회의 ‘다케시마(竹島)의 날’ 조례안 제정 과정에서 한층 뜨거워진 독도 사랑은 휴지통에 그대로 투영됐다.

경북도청 홈페이지에 개설된 ‘사이버 독도마을’의 주민 회원 3000여 명은 전자투표를 통해 김예민(19) 군과 박태호(11) 군을 독도 이장으로 뽑았다(1월 10일자). 한 인터넷 여론조사 사이트 대표가 사재를 털어 만든 독도 모양의 휴대전화 장식 고리를 나눠 주는 ‘1국민 1독도 갖기’ 캠페인은 초등학생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3월 21일자). 또 노래방에서는 ‘독도는 우리 땅’이 3월 한 달 동안 평소의 4배가 넘는 3290번이나 선곡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3월 30일자).

해가 저물어 가는 시점에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에 쏟아진 국민들의 관심도 휴지통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황 교수뿐만 아니라 ‘황우석 사단’의 주요 인물인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李柄千) 강성근(姜成根) 교수와 의대 안규리(安圭里) 교수가 9월 초 경찰의 ‘요인 보호 대상자’로 지정됐고(9월 29일자) 많은 국민이 황 교수팀에 사랑을 쏟았으나 결국 실망으로 되돌아 왔다.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경기 회복의 기미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어려운 형편과 취업난은 국민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유모(19·여) 씨는 용돈이 떨어져 1주일 동안 끼니를 거르다 슈퍼마켓에서 라면을 훔친 혐의로 입건됐으며(1월 18일자), 혈액암에 걸린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던 최모(32·여) 씨는 자신이 일하던 의류 매장에서 5500여만 원을 횡령했으나 법원의 선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9월 14일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박지성, 이영표 선수의 선전과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큰 힘을 발휘한 한류 열풍은 사회 곳곳에서 화제가 됐다.

10월 17일에는 이영표 선수의 경기를 보던 이모(63) 씨가 ‘맹순이 열풍’을 일으켰던 모 방송국의 드라마를 보겠다며 TV 채널을 돌린 데 격분해 부인을 폭행한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난징(南京) 시에 사는 류모 씨는 남편이 인기 드라마 ‘대장금’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강물에 뛰어들었다(9월 27일자). 또 ‘용사마’ 배용준 씨의 사진이 들어간 우표가 올해에만 140만 달러어치가 수출돼 2003년 전체 우표 수출액에 비해 1000여 배 급증하기도 했다(10월 20일자).

따뜻한 이웃 사랑은 올해도 1년 내내 이어졌다.

경북 안동시의 한 아파트 건설업체 대표는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아파트 10채를 기부했으며(1월 1일자), 서울 금천구 시흥동 혜명보육원생 15명은 새해 첫날 전직 대통령과 국회의장을 찾아 세배를 올리고 받은 세뱃돈 160여만 원을 동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자 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1월 3일자).

부하 병사의 동생이 등록금이 없어 대학 진학을 포기할 처지에 놓이자 부하 몰래 등록금과 책값 180만 원을 송금해 준 한 육군 장교의 훈훈한 미담도 독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10월 24일자).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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