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 집 살림’증권선물거래소와 공기업 이전

  • 입력 2005년 12월 2일 03시 06분


코멘트
법 개정으로 본사를 부산에 두게 된 증권선물거래소가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느라 임직원들이 업무협의 차질, 잦은 출장 등 비효율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회사와 증권회사가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에 거래소를 통째로 부산으로 옮길 수도 없으니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176개 공기업 지방 이전을 추진 중인 노무현 정부는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정부는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발전전략이 40년간 계속돼 수도권에서는 과밀 문제가, 지방에서는 저발전이라는 악순환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를 공기업 지방 이전이나 행정수도 건설로 풀겠다는 것은 정치적 희망사항일 뿐이다. 균형발전이나 국가경쟁력 향상은커녕 천문학적인 비용만 치르고 마는 ‘정책의 슬럼화’를 낳을 우려가 높다.

지방 이전을 통해 공기업들이 내는 연간 756억 원가량의 지방세가 지방재정으로 들어가고, 예산 140조 원도 지방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며, 13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낳을 것으로 정부는 선전하고 있다. 이 역시 기대가 너무 크다. 지방세라면 몰라도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이전 대상 공기업 중 일부는 서울의 본사 사옥을 매각하지 않은 채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고 서울 또는 수도권본부를 확대하는 편법도 고려하고 있다. ‘두 집 살림’을 하겠다는 것이 공기업 관계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정부가 그제 공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았지만 임원을 공모로 뽑는 정도의 처방으로는 비효율·방만 경영이 치유되지 않는다. 그동안 노 정권이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인사권을 개인기업에서처럼 휘둘러 온 것도 인사원칙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정권의 탐욕 때문이었다.

노 정권이 공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자원낭비를 막을 수 있는 민영화를 백지화한 것이야말로 공기업 비정상화를 부채질했다. 공기업의 비효율에 칼을 대지 못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비효율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