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血稅로 메우는 공무원연금 적자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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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의 ‘저(低)부담-고(高)급여’ 체계가 고쳐지지 않으면 국민이 앞으로 10년간 33조7000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공무원연금 적자는 전액 재정에서 보전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돈처럼 보이지만 실은 공무원들이 덜 낸 보험료를 국민이 혈세(血稅)로 메워 주는 것이다.

공무원연금만이 아니다.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등 적자가 날 경우 세금으로 보태야 하는 3개 특수직 연금의 적자 규모가 올해 7180억 원이다. 2010년에는 2조8680억 원, 2020년에는 16조3110억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15년간 120조 원으로 추산되는 누적 적자 역시 국민 세금으로 채워야 한다.

특수직 연금의 적자가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것은 공무원 군인 교원들이 재직기간 중 낸 보험료의 최고 7배를 받도록 한 비정상적인 급여 구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적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해 ‘더 내고 덜 받도록’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2047년에 기금이 바닥난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이미 적자 수렁에 빠져 있는 특수직 연금은 그대로 두면서 40여 년 뒤 기금 고갈이 우려되는 국민연금부터 개혁해야 한다니, 공무원 군인 교원들 말고 누가 동의하겠는가.

특수직 연금 수혜자는 따로 퇴직금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수익자 부담 원칙과 상관없이 국민연금의 2배를 챙기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정책 당국자들이 공무원연금 수혜자이고, 노조 등 압력단체의 뒷심이 세다는 이유로 비상식적인 연금체계를 그대로 두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더욱이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 수가 2만3000여 명이나 늘었으니 국민 부담은 갈수록 커질 판이다.

최근 일본은 특혜를 누려 온 공무원들의 공제연금제를 고치기로 하는 등 ‘작은 정부’를 지향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큰 정부’를 위해 국민이 막대한 공무원연금을 부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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