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조업이 떠나는 이유, 정부는 아는가

  • 입력 2005년 9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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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노총, 민주노총은 다음 달 6일 ‘노사(勞使) 토론회’에서 제조업 공동화(空洞化)를 첫 주제로 논의하기로 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국정감사 정책보고서에서 “제조업 공동화가 심해지면 고용 감소와 성장률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자원부도 “제조업 없이는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노-사-정(勞-使-政)이 한목소리로 제조업 공동화를 걱정하고 있으니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인가.

국내 제조업 공동화는 걱정만 하고 있을 단계를 지났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 중인 유휴설비 거래 사이트 ‘파인드 머신’에는 제조업체들이 팔겠다고 내놓은 설비가 넘쳐 난다. 올 2분기 사이트에 올라온 매각 희망 건수는 2506건으로 지난해 동기(1871건)보다 33% 급증했다. 국내 제조업체의 올 상반기 해외투자는 19억2100만 달러로 외국 기업의 국내투자(11억5900만 달러)보다 66% 많았다. 제조업체 취업자는 지난해 말 429만 명에서 8월 말 416만 명으로 3% 줄었다. 올 2분기 제조업 생산능력도 2.3% 증가에 그쳐 2년 9개월 만에 최저였다.

일본은 해외로 나간 제조업체들이 되돌아오면서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 일본 경제잡지 ‘자이카이(財界)’ 최근호에 따르면 일본 기업인의 85%는 ‘공장 또는 설비를 해외로 옮기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전 계획이 있는 7.5% 가운데 한국을 대상국으로 꼽은 기업인은 한 명도 없었다. ‘열악한 투자환경’이 이유였다.

거미줄 규제에다 비싼 땅값과 강성(强性) 노조에 시달리는 국내 제조업체들에 정부가 최근 내놓은 조치는 ‘수도권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 감면제도 폐지’와 ‘2012년까지 수도권 공장 신설 불허’ 등이다. 이런 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급증하는 제조업체의 해외 탈출에 기름을 부어 일자리 감소와 경기 침체의 만성화를 낳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외치는 균형, 형평, 분배도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부부터 달라지지 않고는 제조업 공동화를 막고 민생경제를 살려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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