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 0.0%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코멘트
올해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0.0%를 기록했다. 1998년 4분기 이후 분기별 실적으로 최저치다. 올 상반기 전체로도 0.2% 증가에 그쳤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진 만큼 서민과 일부 중산층의 실질소득은 감소했을 것이다. 이에 겹쳐 정부가 줄어든 세수(稅收)를 세금 인상으로 메우려 하니 적지 않은 국민의 실제 살림살이는 통계치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은행은 실질 국민총소득이 늘지 않는 원인으로 고(高)유가를 지목했다. 여기에다 외국인투자자가 가져가는 배당금 등 국부(國富) 유출도 늘어난 탓이라고 했다. 한은 관계자는 “고유가가 계속되면 실질소득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고유가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에 따른 무역 손실이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실질소득 정체 또는 감소의 근본 원인은 경제성장률의 추락에 있다. 실질 국민총소득은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 및 해외 거주 한국인의 소득과 교역조건 변화를 가감하여 산출된다. GDP 증가율이 잠재성장률 수준인 5%만 됐어도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 제로’라는 6년여 만의 최악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저성장은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를 살리는 데 유효한 정책 추진과 환경 조성에 실패한 정부에 큰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유가 핑계만 대면서 국민의 얇아진 지갑은 생각하지 않는 듯이 세금 더 거둘 방안을 줄기차게 내놓고 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세금이 급증하면 민간소비가 살아나기 힘들고 결국 저성장 탈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제 대한상공회의소는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7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부동산시장의 연착륙, 시중 부동자금의 자본시장 유도, 기업 수요에 맞는 노동 정책, 각종 감세(減稅) 정책 등이 그것이다. 정부만 경제를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민간의 건의를 계속 무시해서는 안 된다. 대한상의가 제시한 과제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시장친화적인 구체 방안을 찾아 실행에 옮겨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