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준환]소나무 재선충을 박멸하라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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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재선충병 퇴출 긴급명령인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특별법’이 1일 발효됐다. 식물을 대상으로 한 특정 병에 대해 방제 특별법이 만들어지기는 건국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5월 국회를 통과한 방제 특별법은 우리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리지 않도록 지키는 마지막 카드라 할 수 있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확산돼 왔다. 올해 들어 부산 대구 제주 등 전국 49개 시군구에서 5105ha의 지역이 재선충병 피해를 보았으며, 현재까지 누적 피해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약 75배인 2만2525ha에 이르고 있다. 또한 90만 그루의 소나무가 말라죽거나 잘려 나갔다.

정부가 나서 특별법까지 마련한 것은 ‘소나무 에이즈’라고도 불리는 재선충병은 일단 감염되면 치료 방법이 없어 100% 고사하므로 폐해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벌레들이 나무조직 안에 살면서 소나무의 수분 이동 통로를 막아 결국 고사시키는 것이다. 오랜 세월 풍상을 견뎌 낸 소나무들이 외국에서 유입된 ‘몹쓸 병’에 걸려 힘도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이다.

특별법 발효에 따라 앞으로는 재선충병 감염 나무 이동 제한 조치를 위반할 경우 최고 1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재선충병의 자연적인 확산은 연간 2∼5km에 불과하지만 인간에 의한 인위적인 감염목 이동이 단기간 내 재선충병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재선충병이 경북 안동시까지 북상해 민족의 정기가 서려 있는 백두대간을 위협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소나무가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지금대로라면 100년 후 한국에서는 소나무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을 저지하는 데 실패한 일부 피해 국가에서는 소나무가 거의 멸종될 지경에 처했다고 하니 기우(杞憂)만은 아닐 것이다.

소나무 숲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산림 가운데 25%가량이다. 연간 산림의 공익기능 가치 58조8000억 원 가운데 약 15조 원을 소나무 숲이 차지하는 셈이다. 한국이 소나무 재선충병 청정국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인가를 세계가 눈여겨볼 것이다. 특별법이 더는 필요 없게 된 미래에 전국 어디에서나 건강한 소나무를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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