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 합격하려면 국가유공자 양자로…

  • 입력 2005년 8월 20일 1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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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시험에서 가산점을 받기 위해 국가유공자의 양자로 편법 입적(入籍)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법에 따르면 국가유공자나 직계존비속이 공무원시험에 응시할 경우 10%의 가산점을 준다. 또 직계존비속이 없는 유공자는 양자 1명에 한해 혜택을 준다.

일부 수험생들이 바로 이 법을 악용해 상당액의 돈을 주고 국가유공자의 양자로 입적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이같은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임용고사를 준비하고 있는 이진수 씨는 “친구를 통해 양자입양에 대한 제안을 받고 망설였으나 결국 포기했다”며 “시험에 떨어진 뒤 ‘차라리 그때 몇 백만 원을 쓰고 양자로 들어갈 걸’하고 후회했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그 친구는 양자 입양을 알선한 브로커에게 400만원, 국가유공자에게 300만원을 주고 양자로 들어가 합격했다”며 “당시 친구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10% 가산점의 위력을 설명하고 어렵게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산점 제도 때문에 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 일반 수험생들의 상대적인 박탈감도 심하다”며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거나 그게 어려우면 아예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수험생 김종호 씨도 “이런 사실은 서울 노량진 등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학원가에서는 상식처럼 알려진 얘기”라며 “1점차이로 수백 명의 합격이 좌우되는데 10%의 가산점은 정말 큰 점수다.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설마 하면서 그냥 흘려듣지만 몇 차례 시험에 떨어지면 생각이 달라진다”며 “여학생들의 경우 유공자와 결혼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교원임용고사에 응시해 세 차례나 떨어진 심우영 씨는 나중에 ‘양자로 입적해 합격한 수험생’ 얘기를 듣고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몇 달간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다른 수험생으로부터 양자 얘기를 듣고 한 동안 공부를 할 수 없었다”며 “내가 1점 차이로 임용고사에 떨어졌는데 결국 이런 사람들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일부에서 양자입양에 대한 항의가 있지만 직계존비속이 없는 국가유공자가 양자를 입양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에 속한다”며 “국가가 이것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공무원 7급 공안직 시험의 경우 국가유공자 가산점을 받아 합격한 수험생은 전체의 합격자의 55.5%에 달했다. 9급 공무원 시험도 전체 합격자 중 16.1%가 가산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강원도 교원임용고사에서도 국어교사의 경우 합격자 30명 가운데 10명(33.3%)이 가산점을 받고 합격했으며, 서울시 보건교사의 경우도 26명의 합격자 중 14명(53.8%)이 가산점을 받고 합격했다.

한편 2005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응시자 4300명은 국가유공자 가선점 제도에 대해 공무담임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올해초 헌법소원을 제출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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