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자회담 전략 재점검해야

  • 입력 2005년 8월 8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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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6자 회담이 13일 간의 마라톤협상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휴회했다. 이달 말 회담을 재개한다지만 핵 폐기의 범위를 놓고 북-미 간에 본질적인 견해차가 있어 타결을 낙관하기 어렵다.

북한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핵무기와 핵과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의 총의(總意)가 된 이상, 이를 거부해선 안 된다. 북한은 핵 폐기를 ‘핵무기와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에 국한함으로써 핵의 평화적 이용 권한은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다른 참가국들은 이를 ‘어떻게든 핵무기 개발의 여지를 남겨 놓으려는 술책’으로 받아들인다.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체결하고서도 몰래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 왔으니 누군들 북한의 말을 믿겠는가. 그렇다면 먼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복귀해 핵무기 개발 의사가 없음을 입증해 보이는 것이 순서다.

우리 정부도 회담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은 고무적이나, 북핵 불용(不容)에 대한 한미공조 원칙을 좀 더 분명히 했어야 했다. ‘핵의 평화적 이용’ 부분을 놓고 우리 측은 ‘창의적 모호성’이란 개념을 동원해 애매하게 표현하고 넘어갈 것을 제의했다가 북-미로부터 모두 거부당했다고 한다. 원칙 없는 어설픈 중재는 안 하느니만 못할 수 있다.

대북(對北) 전력 200만 kW 송전 제의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회담도 열리기 전에 우리 측 카드를 미리 펴 보인 것도 경솔한 행동이었지만, 이로 인해 협상의 판만 키워놓은 것은 계속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력 200만 kW는 핵 동결의 대가로 받고, 경수로는 핵 폐기의 대가로 받겠다는 카드를 들고 나와 협상 타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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