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印度로 간 포스코 ‘롬멜 하우스’

  • 입력 2005년 6월 24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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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역사관에는 박태준 전 회장이 포항 바닷가 허허벌판에서 제철소 건설을 진두지휘하던 가건물 ‘롬멜 하우스’가 보존돼 있다. 모래바람 속에 서 있던 가건물이 사막의 야전사령부를 연상시켜 ‘롬멜 하우스’로 불렸다.

‘산업의 쌀’인 철을 양산하겠다는 염원을 품고 모래바람 속에서 세계 최대급의 일관제철소를 이루어 낸 배경에는 시대를 앞서 내다본 지도자 박정희와 포스코맨(포철인)들의 열정과 땀이 있었다. ‘롬멜 하우스’는 한강의 기적을 창조한 리더십과 경제건설 역군들의 강인한 의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포스코가 거대한 ‘인도(印度) 프로젝트’를 따냈다. 한 건의 국내기업 해외투자로서는 최대 규모인 120억 달러를 투입해 연산 1200만 t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고 광산을 개발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인도 오리사 주 정부와 체결했다. 포스코가 세계 철강사(史) 최초로 해외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것은 롬멜 하우스 시절의 개척정신이 37년간 면면히 이어져 거듭 꽃핀 결과가 아니겠는가.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 20조 원에 순이익 4조 원을 실현했지만 이에 안주하다가는 무섭게 추격해 오는 중국에 추월당할 우려가 있다. 포항과 광양, 두 제철소에서 연간 3100만 t의 철강을 생산하는 포스코가 인도 제철소를 완공하면 국내외에서 5000만 t을 생산하는 글로벌 제철소로 도약하게 된다. 또 3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철광석 6억 t의 광권(鑛權)을 확보한다. 명실상부한 세계 정상의 철강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경제개발 초기에 선각자들이 철강에서 한국의 희망을 보았듯이, 현 정부는 미래 세대를 먹여 살릴 성장엔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선배들이 쌓은 탑을 흔들거나 갉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과거 없는 현재 없듯이, 현재 없는 미래는 없다. 포스코의 인도 진출을 계기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한강의 기적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재인식하는 깨달음이 우리 모두에게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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