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全두환 父子가 키우는 ‘反保守’

  • 입력 2005년 6월 13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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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국 씨가 임진강변에 1만6000여 평의 땅을 사들인 뒤 땅값이 올라 큰 이득을 보게 됐다고 한다. 재국 씨가 부인과 딸 명의로 매입한 임야와 밭 등은 지난해에 비해 값이 3배 정도 올라 50억 원쯤 된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업계의 추정이다.

“내가 가진 돈은 29만 원뿐”이라던 전 전 대통령의 법정 진술은 국민의 뇌리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가 대통령 재임 중 기업들에서 받은 비자금 규모는 법원이 인정해 추징토록 한 액수만도 2205억 원이다. 하지만 납부액은 533억 원에 그쳤다.

쿠데타, 반(反)민주, 부정부패, 그리고 부동산 투기로 상징되는 전두환 시대는 국민에게 심대한 좌절감과 상처를 남겼다. 전 전 대통령은 정통성 없는 정권의 창출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正體性)을 의문시하는 세력까지 낳았다. 나아가 권력을 부정축재의 도구로 씀으로써 ‘이 나라의 보수는 무조건 나쁘고 썩었다’는 반(反)보수를 깊게 뿌리내리게 했다.

우리는 재국 씨의 사유재산권 행사나 문화사업에 간섭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29만 원밖에 없다”는 아버지와, 수십억 원대의 재테크로 다시 세인의 입에 오르는 아들을 완전히 따로 떼어 볼 수 있겠는가. 전 정권 때 대통령의 동생으로 말썽 많았던 전경환 씨는 외자유치 관련 사기 혐의로 또 피소돼 기소 중지된 상태라고 한다.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집권 당대에 그치지 않고 권력에서 물러난 지 17년이나 경과한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사회에 타락한 권력과 부(富)에 대한 냉소와 반동을 증폭시키는 현실이 안타깝다. ‘인심을 잃을수록 돈에만 매달린다’는 속언이 있지만 그래도 한때 ‘한국의 대통령’이었던 존재와 그 일가를 보면서 이런 말을 떠올려야 하니 참담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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