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연주]軍警은 왜 국가배상 못받나

  • 입력 2005년 6월 8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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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가배상법 개정안이 심의된 바 있다. 개정안은 경찰관이 공무를 수행하다 순직 또는 부상했을 때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행법(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상 군인 경찰 등은 공무원연금법에 규정된 유족보상금만 받을 수 있으며 설혹 국가의 불법행위가 있었다 해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수 없다. 이는 군인 경찰 등에게 다른 법령에 의한 보상이 지급되는 경우 별도로 국가배상청구권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헌법 제29조 제2항 때문이다. 이른바 ‘이중배상금지의 원칙’이다. 따라서 헌법이 고쳐지지 않는 한 국가배상법이 개정되기는 힘들다.

그런데 이 단서조항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돼 군인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1971년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이 판결을 무시하고 위헌 시비를 없애고자 1972년 유신헌법으로 개정할 때 이 단서조항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의 규정을 헌법에 넣었고, 그 조항이 현행 헌법 제29조 제2항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 단서조항은 내용상 위헌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이 조항은 군인 경찰을 정당한 이유 없이 소방공무원 등 다른 공무원들과 차별하고 있고, 다른 법령에 따른 보상액도 국가배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법령의 보상은 위험부담이 높은 직종에 종사하는 군인 경찰 등의 봉사 및 희생에 대해 이를 보상하고 퇴직 후의 생활 또는 유족의 생활을 부조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을 띤다. 국가배상은 ‘국가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법령의 보상과 분명히 다른 것이다.

이처럼 국가배상과 다른 법령의 보상은 그 원인과 근거, 목적 등을 전혀 달리한다. 애당초 양자 간에 이중배상이 성립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 직종의 특성을 감안할 때 국가재정이 허락한다면 국가배상 이외에 다양한 보상을 추가로 지급하는 게 이들의 봉사와 희생에 보답하는 것이고 헌법정신에도 부합하게 될 것이다.

즉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국가배상은 일차적인 주된 것이고, 다른 법령에 따른 보상은 이차적, 부수적인 것이다. 만일 국가재정이 허락하지 않아 다른 법령에 따른 보상을 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국가배상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게 국가의 의무이다. 이는 청구인의 기본권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분명히 말하건대 국가배상은 국가의 입법정책 내지 재량에 따른 시혜로 하는 게 아니다. 결국 헌법 관련 조항 및 국가배상법 단서조항은 군인 경찰 등의 기본권(배상청구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며 평등 원칙에도 어긋나므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거나 헌법개정을 통해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헌법재판소는 일반 법률과는 달리 헌법규정 자체는 위헌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규정에 대한 위헌심사를 배척했다. 매우 잘못된 결정이다.

어쨌든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으로 현재로서는 헌법개정이 없는 한 이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이 법률 개정만으로는 허용되기 어렵게 됐다. 차제에 헌법재판소의 전향적인 판례 변경을 촉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헌법개정을 통해 이 조항이 폐지돼 군인 경찰에게도 국가배상청구권이 허용되기를 기대한다.

정연주 성신여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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