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수목장(樹木葬)

  • 입력 2005년 4월 5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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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과 화장으로 장사 방식이 대별된다. 모레 장례식이 치러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경우는 전자다. 그는 성 베드로 성당 지하에 묻히게 된다. 화장은 그 뒤에 유골을 뿌리거나 보관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최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화장이 늘고 있는 추세다. 각국 정부는 자연 훼손을 줄이기 위해 화장 장려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추세다.

▷최근 들어 수목장(樹木葬)도 이런 화장의 한 방법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유골을 나무 아래 뿌리거나, 유골을 묻은 뒤 그 위에 나무를 심는 것이다. 독일 스위스 등에선 몇 년 전부터 주(州)정부가 수목장림(林)을 마련해 일반에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9월 김장수 전 고려대 농대 학장의 장례식이 수목장으로 치러지면서 일반의 주목을 받았다. 김 박사의 유언에 따라 그의 유골이 생전에 아끼던 경기 양평군의 50년생 참나무 밑에 뿌려진 것이다. 봉분이나 비석 대신 나무 등걸에 ‘김장수 할아버지 나무’라는 패가 걸렸다.

▷우리 국토의 약 1%가 묘지다. 공장 면적의 3배다. 매년 서울 여의도 면적만 한 땅이 묘지 터로 바뀌고 있다. 지금은 고인인 한 기업인은 생전에 “헬리콥터를 타고 출장을 다니면서 보면 나라가 온통 무덤으로 덮여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은 자연대로 보호하면서 의미 있는 장례도 할 수 있는 게 수목장이 아닐까 싶다. ‘할아버지 나무’ ‘어머니 나무’…. 이름부터 정겹고 포근하다.

▷하지만 수목장이 대중화되기엔 아직 법률 정비가 미흡하다. 2001년 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수목장 규정은 없는 것이다. 마침 보건복지부가 관련 부처와 협의한 뒤에 법을 손질하겠다니 수목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사람은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 수목장은 자연 속에서 나무를 키우고 나무와 함께 사후(死後)의 삶을 사는 길이 아닐까. 식목일에 삶과 죽음과 나무를 함께 생각해 본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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