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판이 바뀐다]<下>불어나는 세금

  • 입력 2005년 2월 24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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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A아파트 45평형(시가 7억8000만 원)에 사는 K 씨는 요즘 집 처분을 놓고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1가구 2주택 보유자인 그는 집을 갖고 있자니 종합부동산세 등 늘어날 보유세가 부담스럽고, 팔려니 취득·등록세 때문에 안 팔릴까 걱정이다.

A아파트의 취득·등록세는 작년의 1691만 원에서 올해엔 2374만 원으로 올랐다.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되면 3034만 원으로 오른다. 그만큼 매수자의 부담이 늘어나 집을 팔기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K 씨가 내야 할 양도소득세는 5200만 원 남짓. 그는 “어차피 자식에게 물려줄 집인데 차라리 상속을 해야 하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늘어나는 세금 탓에 팔기도 어렵고 보유 부담만 큰 ‘애물단지’ 부동산이 늘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되면 토지 등 일부 부동산의 거래세가 최고 4배까지 증가한다.

이는 서울 강남권 일부 지역과 경기 과천, 분당 등에서 시행하던 주택거래신고제를 사실상 전국의 토지 단독주택 아파트 상가 등으로 확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박정현 세무사는 “최근의 세제 변화는 조세 형평, 투명성, 가격 안정 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부동산 거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주택과 토지 거래세 급증=3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중개 및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부터 중개업자와 거래당사자가 가격 등을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은 공시지가(토지), 국세청 기준시가(아파트) 등에서 실거래가로 바뀐다.

공시지가와 기준시가는 보통 실거래가의 80% 이하여서 실거래가 신고제가 시행되면 거래세인 취득·등록세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C아파트 46평형의 기준시가는 6억8800만 원. 취득·등록세 세율은 4.1%다. 지금 이 집을 사면 기준시가의 4.1%인 2820만 원을 취득·등록세로 내야 하지만 내년에는 시세(8억6000만 원)의 4.1%인 3526만 원을 취득·등록세로 내야 한다.

특히 과세표준이 시세의 30∼50% 수준인 지방 토지나 단독주택 등의 거래세는 최고 4배로 늘어난다.

충남 서산시 동문동 시가 4억8800만 원짜리 단독주택은 현재 취득·등록세가 531만 원. 세율조정으로 작년에 비해 소폭 줄었다. 그러나 4월 30일 가격 공시가 시행되면 1298만 원(공시가격을 시가의 70%로 계산)으로 늘고, 내년에 실거래가 신고가 시행되면 1854만 원으로 증가한다.

▽세율조정 불가피, 거래는 줄 듯=건국대 부동산학과 정의철 교수는 “실거래가 신고로 인한 가파른 세금 증가와 거래 위축을 막으려면 거래세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세율 인하에 공감한다. 그러나 거래세가 급증할 부동산은 과세표준이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일부 주택과 토지이므로 일률적으로 세율을 내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부동산투자자문회사인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거래세 부담이 급증할 토지나 상가, 단독주택 등의 거래는 내년부터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침체기에 세금이 늘면 가격 하락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 강현구 정보분석실장은 “토지 거래세가 크게 늘면 땅 투기 억제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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