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고승철 칼럼]직장인 성공법 ‘氣基技記’

  • 입력 2005년 2월 1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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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바생’이란 신조어가 눈길을 끈다. 직장 구하기가 워낙 어려우니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이란 뜻이란다.

요즘 낙바생들은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있거나 연수를 마치고 소속 회사에 배치됐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혹독한 극기 훈련을 연수 과정에 포함시킨다. 연수생들은 경기도 소요산에서 36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산을 오르내리는가 하면 하루 40km씩 나흘간 걷기도 한다. 여성이라 해서 봐주지 않는다. 40m 높이의 굴뚝과 25m 높이의 원유저장탱크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담력을 키우기도 한다.

자사 제품을 길거리에서 파는 훈련을 시키는 회사도 있다. 지난해 말에 서울역 부근에서 케이크를 들고 나와 파는 젊은이를 여럿 봤는데 이들은 어느 식품회사 신입사원이었다. 어떤 신입사원은 도시 주택가에서 하루 5만 원어치 이상의 농산물을 팔아야 하는데 이를 해내지 못하면 점심을 굶어야 한단다. 농민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새내기 은행원들은 상큼한 미소를 짓고 부드럽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연극배우처럼 치열하게 연습한다. 억지로라도 웃는 연습을 1000번쯤 하면 표정이 밝게 바뀐다고 하니….

▼氣살리고 조직基本 파악▼

신입사원 젊은이들, 어떤가. 연수를 받아 보니 ‘밥벌이’가 그리 녹록하지 않음을 알겠는가. 하지만 이는 조직생활의 서막에 불과하다. 앞으로 정식사원으로 일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온갖 암초가 나타날 것이다.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호통을 치는 선배도 수두룩하고 이룰 수 없을 듯한 목표치를 달성하라고 다그치는 상사도 심심찮게 만날 것이다. 그들을 야속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대들을 더 큰 인물로 키우기 위한 담금질이라 여기고 젊은 기개(氣槪)로 극복하라. 기(氣)를 살려라.

조직의 기본(基本)을 익혀야 한다. 사시(社是), 목표관리(MBO) 방향, 조직문화 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하위 실무자일지라도 회사 전체의 경영 흐름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라. 관리직, 영업직도 생산 공정을 알면 좋고 생산직도 영업 상황을 알도록 힘쓰라. 신문에 보도되는 자사 관련 기사는 물론 국내외 경쟁 회사의 기사도 유심히 읽고 업종 전체에 대한 안목을 키워라. 기(基)는 다질수록 넓어지고 튼튼해진다.

맡은 업무에 대한 기능, 기술을 늘려야 한다. 마케팅 부서원은 고객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자주 나가야 한다. 회계 부서에서 일한다면 학교에서 배운 회계학 지식과 실무 적용에서의 차이를 빨리 찾아 깔끔하게 처리하는 기능을 익혀야 한다. 기(技)는 연마할수록 돋보인다.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나 수첩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상사의 지시나 업무 아이디어를 메모하라. 성공한 사람들 상당수는 기록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았다. 업무일지, 일기, 독후감을 짧게나마 정리하는 기(記)는 지식의 원천이다.

▼업무技術 익히고 항상 記錄▼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최고경영자 또는 임원 자리에까지 오른 분의 특성을 분석하면 이런 ‘네 기(氣·基·技·記)’를 대체로 실천했음이 드러날 것이다. 명문 학교를 나왔다고 자만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요새 유난히 주름이 많아진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대를 키우기 위해 부모님은 30여 년간 직장에서 온갖 고초를 겪었다. 어떤 아버지, 어머니는 중국 한(漢)나라 장군 한신(韓信)이 저잣거리 깡패의 가랑이 틈을 기어 빠져나온 것보다 더 굴욕적인 상황에서도 그대를 위해 꾹 참았으리라. 부모님 노고에 다시금 감사드리며 삶의 터전인 직장을 향해 힘찬 발걸음으로 나아가시라.

고승철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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