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53년 美 주한미군 감축계획 발표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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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12월 29일은 미국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계획’을 발표한 날이다.

주한미군 규모는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계속 변해왔다. 1945년 8월 광복 후 미군 7만7600여 명이 한국에 왔다가 북한에서 소련군이 철수하자 군사고문단 500여 명만 남고 돌아갔다. 그 후 6·25전쟁에 참전했던 미군이 1953년 7월 휴전협정 당시 32만5000여 명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1954년 22만3000여 명, 1955년 8만5500명으로 줄어 5만∼6만 명 선을 유지했다. 1964년 한국이 베트남 파병을 결정하면서 주한미군이 6만3000여 명으로 늘어난 이후 1·21사태, 푸에블로 호 납치, 1969년 KAL기 피랍 등으로 남북관계의 긴장이 고조되었지만 미-소, 미-중 관계의 호전으로 데탕트 분위기가 이어져 1971년 4만3000여 명으로 줄었다.

지미 카터 미 행정부가 1977년 주한미군 철수를 발표했을 당시에는 4만2000여 명 선이었다. 이 숫자가 그대로 유지되다가 1992년 육군 5000명, 공군 1987명이 전격 철수했다. 2단계 감축 계획은 북한이 남북한 상호 핵사찰을 수용하지 않아 1992년 10월 제24차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무기한 연기된 뒤 오늘에 이르렀다.

최근 뜨거웠던 미군 철수 논란은 미국이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5년 말까지 1만2500여 명의 인원을 빼려다 결국 2008년까지 감축 시한을 늦추기로 입장을 바꾸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올 한 해 주요 쟁점이었던 주한미군 철수 논란은 한국 내 반미감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1953년 한미동맹이 수립된 이후 이뤄진 감축과 본질적으로 달랐다.

촛불집회 등에서 공공연히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모습이 외신을 타고 방영된 마당에 그것이 비록 한국 정부의 공식 견해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미국의 여론과 정부 당국자들의 생각을 움직였을 것이다. 미군이 철수할 경우 한국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대처 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점은 유쾌하진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올해 화두였다면 새해에는 ‘한국은 미국에 무엇인가?’도 함께 물어 한미관계를 깊이 성찰하는 해가 되기를 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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