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의 국보법 혼선, 국민 우롱하나

  • 입력 2004년 12월 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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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천정배 대표는 그제 국가보안법 폐지안 날치기 상정 시도 후 “법안 연내 처리를 유보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여론을 좀 더 수렴하기 위해 입법청문회와 국민대토론회도 갖자고 했다. 천 대표의 이런 약속은 하루아침에 빈말이 되고 말았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어제 국보법 폐지안 재(再)상정을 시도함으로써 이를 막으려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다시 격돌했기 때문이다. 법사위 회의장에선 이날도 고함과 욕설이 난무했다.

열린우리당은 천 대표의 유보 발언이 “상정까지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하나 수긍하기 어렵다. 다수 국민은 집권 여당이 국보법 폐지안 강행 처리가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해 일단 미룬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하루 만에 뒤집는 격이 됐으니 여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온전할 리 없다.

당내에 폐지 반대론이 여전한 것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손바닥 상정’까지 할 정도라면 당내 논의는 이미 끝나 있어야 마땅하다.

집권 여당의 이런 모습은 북한의 형법 개정과는 대조적이다. 북한은 4월 체제수호 조항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형법을 개정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경제 개선 조치로 인한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반(反)국가 범죄의 대상을 늘리고 처벌도 무겁게 했다는 것이다. 남북 정치체제와 법체계를 단일 선상에 놓고 동등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결국 국보법 폐지에 필요한 내외적 조건이 아직은 충족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북한 형법 개정의 실체가 무엇이든 국민이 이를 보고 “우리만 무장해제 한다”고 느낀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가원로회의가 국보법의 일방적 폐지에 거듭 반대하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갖고 숙고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국보법 폐지가 절대선(絶對善)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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