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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12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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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1) 손오공이 요괴들을 만났다. 머리털을 뽑아 훅 불자 털들은 각각 손오공의 분신이 되어 싸우기 시작했다. 얼핏 보니 할아버지 한 분이 열심히 싸우고 있는 것 아닌가. 고마워 성함을 묻자 “저는 새치인데요.”
예2) 길에서 두 여고생이 싸우고 있었다. 한 여학생이 상대방의 배를 멋지게 걷어찼다. 차인 여학생의 말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순간 자지러졌다. “어쭈구리… 이 ×이 내 똥배를 넣어 주네!”
예3) 미모의 여학생이 미팅에 나갔다. 상대는 못생긴 데다 매너도 ‘꽝’이었고 자기 자랑만 늘어놓았다. 여학생은 남자 입에 담배를 물리고 불을 붙여 주었다. 어떤 뜻이었을까? ‘터져라, 폭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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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야기들이 재미있는가? 재미있다면 이 이야기들에서 ‘재미’를 만들어 내는 요인은 무엇인가? 웃기는 쉽지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책의 부제 그대로 저자는 이 책에서 ‘재미에 관한 일반이론’을 수립하려 시도한다.
저자에 의하면 재미를 산출하는 핵심 요인은 세 가지.
첫 번째 요인은 ‘다중구조와 복선’이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숨은’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할 때 재미의 첫 번째 요인이 생성된다. 예1)에서 ‘드러난’ 이야기는 ‘정의를 위해 싸우면 돕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이고, 숨은 이야기는 ‘흰 털은 늙음을 나타낸다’이다.
재미의 두 번째 요인은 ‘긴장의 축적과 반전’이다. 예2)에서 배를 걷어차인 여학생의 곤란한 상황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여학생들은 몸매에 고민이 많다’는 숨겨진 이야기가 튀어나오면서 순식간에 긴장이 해소된다.
재미의 세 번째 요인은 ‘공유 경험’. 매력이 없는 미팅 상대를 ‘폭탄’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모르면 예3)에서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머리 나쁜 금발’에 대한 농담을 듣고 우리가 선뜻 웃기 힘든 것도 ‘공유 경험’의 부족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요인이 합쳐질 때 ‘재미’가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주로 ‘우스개’를 예로 든 것은 짧은 길이 속에 완벽한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 훨씬 규모가 큰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도 다중구조와 복선, 긴장의 축적과 반전, 공유경험이라는 ‘재미의 요인’들은 그대로 맞아 들어간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재미는 그냥 그대로 즐기면 되지 왜 분석이 필요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답도 분명하다. “문화산업의 중심에 바로 재미의 추구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재미를 만들어 내는지 확실히 분석할 수 있을 때 한국 문화산업은 계속 성장할 수 있으며, ‘순진한 생각으로 투자금을 날리는 일도 줄일 수 있다’는 제안이다.
해외의 ‘재미 이론’으로 알려진 파울로스의 파국이론, 스펜서의 이론 등을 검토하면서 각각의 논리가 가진 장점과 허점을 점검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4장에서 저자는 ‘표면적인 논리를 따라 본질을 호도하는 부분이 발견될 때 웃음이 생성된다’는 ‘부조리 이론’ 개념을 비판한다. 그러나 ‘부조리 이론’을 저자의 ‘다중구조와 복선’ 이론과 상호보완적으로 결합시킬 때 오히려 더욱 정밀한 이론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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