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법의 위기, 나라의 위기다

  • 입력 2004년 11월 11일 18시 31분


코멘트
헌법은 제정권자인 국민이 국가사회의 공존(共存)을 위해 필요한 규범으로 합의한 국가의 최고법이다. 헌법에 담긴 국가통치구조와 사회통합을 위한 가치 질서가 일반 법률에 우선해서 존중돼야 하는 이유다. 무리한 법률로 인해 사회통합이 훼손될 위험성이 클 때일수록 헌법이 나라의 근본규범으로서 그 기능을 충실히 해야 한다.

세계의 모든 민주국가가 입법권에 대한 합헌성(合憲性)의 통제를 하는 헌법재판소 혹은 최고법원을 두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과 의회권력의 과잉 행사나 ‘실정법 독재’를 막는 마지막 보루로서 기능하는 헌법기관이다.

헌재에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이 나온 이후 집권측에서 ‘헌재 해산론’ ‘헌재 물갈이론’이 흘러나왔다.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이 마련한 4개 쟁점 법안 가운데 언론관계법, 사립학교법은 명백하게 위헌적(違憲的) 요소를 지녔다. 그런데도 입법을 추진하는 여당의 일부 의원은 헌재를 ‘개혁 입법의 걸림돌’로 보는 폄훼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헌법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헌법의 위기에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이석연 변호사를 대표로 하는 ‘헌법포럼’의 출범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헌법포럼’이 국가공동체적 연대(連帶)의 붕괴를 막고 신뢰와 예측가능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켜내는 파수꾼이 되기를 기대한다. 헌법포럼은 출범선언문에서 밝힌 대로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경향성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헌법포럼’이 특정 정치세력 편향으로 흘러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내기 어렵다.

헌법은 밤바다의 등대처럼 우리 사회에 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분열과 혼란에 따른 공동체의 난파(難破)를 막아내는 기능을 해야 한다. 헌법의 위기 상황에서 공동체가 합의한 사회통합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헌법의 등대지기’들이 나서야 한다. 헌법의 위기는 곧 나라의 위기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