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海瓚 총리는 답하라

  • 입력 2004년 10월 24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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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가 동아 조선일보에 폭언(暴言)을 퍼부은 데 이어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총리 발언에 공감한다”며 ‘망언(妄言) 대열’에 가세했다. 특히 언론 주무장관인 정 장관은 “동아 조선일보가 동서 화해와 남북 화해를 저해했고 권력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저주를 퍼부었다”고 극언(極言)했다. 당정이 언론자유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신문법안 처리를 위해 공조를 시작한 게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아일보’ 84년의 전통과 명예를 훼손한 이 총리 발언에 대해 동아일보사는 21일자 A1면에 ‘이 총리에게 묻는다’는 공개질의서를 게재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아직까지 답하지 않고 있다. 총리실 공보수석이 “선언적으로 한 것인데 대응할 사안이 아니다. 그런 얘기는 한번 하고 마는 것”이라고 했을 뿐이다. 한 나라의 총리가 특정 신문을 중상모략하는 악의적 발언을 한번 하고 말 수 있다는 건지, 참으로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두 장관이 잇달아 총리를 지지하고 나섰다. 수도 이전 위헌 결정으로 궁지에 몰린 여권이 비판 신문을 공격함으로써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언제까지 적을 계속 만들면서 나라를 분열시킬 것인가.

총리와 두 장관의 발언을 통해 ‘신문 악법’을 만드는 의도가 명백해졌다. 이는 특정 신문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언론을 무력화하는 ‘언론 비상계엄조치’다. 위헌적 반(反)시장적 법안대로 시행된다면 언론자유는 물론 자유민주주의 또한 후퇴할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에 물을 경우 위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신문 악법’은 폐기해야 마땅하다.

이 총리는 동아일보사의 공개 질의에 답해야 한다. 총리는 답변을 피하고 장관들이 거드는 행태는 이 정부의 격(格)을 떨어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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