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바시 요이치 칼럼]中·日, 동중국海서 부딪치나

  • 입력 2004년 10월 7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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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 29도38분, 동경 126도05분. 일본의 해양조사선 ‘빅토리아호’(약 1만t급)가 남쪽을 향해 질주한다. 파도가 출렁대고 북서풍이 강하게 분다.

“파고가 너무 높으면 잡음 때문에 데이터를 취합하기 힘듭니다.”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소속의 기술자 A씨가 이렇게 말했다. 아사히신문의 항공기에 필자와 함께 탑승해 동중국해를 굽어보던 중이었다.

빅토리아호는 일본이 주장하는 배타적경계수역(EEZ) 경계선(중일 중간선)의 동쪽 해역에서 석유와 가스의 매장 상태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JOGMEC에 의뢰한 것이다.

해상에서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지진파가 해저층에 닿아 반사돼 돌아오는 음파를 수신기로 포착해 지질구조를 조사하는 방식이다. 수신기를 장착한 길이 4800m의 케이블 10개를 바다 속에 설치했다. 조사는 7월에 시작됐지만 태풍 탓에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탐사선이 접근해 온다. “여기는 중국 해양조사선….” 상대방은 무선으로 자신의 신분을 밝힌 뒤 영어로 질문한다.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는 건가.” 그리고 경고한다. “이곳은 중국의 경제수역이다. 즉각 작업을 중단하라.”

빅토리아호가 응답한다. “이곳은 일본의 경제수역이다. 따라서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이것으로 교신을 끊는다.”

중국 탐사선은 일본의 케이블이 설치된 해역에 올 때도 있다. 즉각 떠나도록 요구하지만 상대방은 1주일 정도 머물기도 한다.

동중국해에서 일본과 중국간의 경계선은 확정돼 있지 않다. 일본은 중간선이 경계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중국의 대륙붕이 오키나와 연안까지 자연 상태로 뻗어 있다는 점을 들어 중간선을 인정하지 않는다.

더 서쪽으로 가 봤다.

오렌지색 연기가 솟아오른다. 중간선에서 서쪽으로 70km 떨어진 곳의 유전이다. 1998년부터 생산을 시작해 석유와 가스를 상하이(上海)까지 파이프라인으로 운반한다. 중국의 유전은 남쪽으로 계속 이어진다. 중국이 개발 중인 유전 중에는 중간선에서 4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도 있다.

중국의 유전 개발은 양국간에 새로운 마찰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이 해저에서 잠자는 일본의 석유와 가스를 뽑아가지 않을까 걱정한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은 올여름 중국과의 회담에서 오렌지주스가 담긴 컵 위 중앙에 볼펜을 올려놓고 말했다. “어느 쪽에서 빨아도 컵 안의 주스를 모두 마실 수 있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양국이 유전을 놓고 격돌할 위험이 크다.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현안을 미루기 좋아하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양측이 중간선을 존중키로 합의한 뒤 공동개발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일본 정부는 중간선 동쪽(일본측 해역)을 탐사해 자산가치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자원을 언제든 채굴할 수 있는 상태가 안 된다면 배분방법을 포함해 공동개발 계획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교섭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A씨는 “중국은 처음엔 강한 톤으로 ‘작업을 중단하라(Stop)’고 하지만 그 다음엔 ‘제발 그만하라(Please stop)’로 바뀐다. 그러면 우리도 ‘제발’이라는 단어를 넣어 응수한다”고 소개했다. 중일간의 현안,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부탁합니다. Please.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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