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해피 엔딩은 없다

  • 입력 2004년 9월 3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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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존 J 미어셰이머는 중국은 아시아의 유일한 패권국이 되려 할 것이고 미국은 이런 중국을 저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안보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2002년 중국을 방문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칭화대에서 당시 국가부주석이었던 후진타오와 나란히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저자 존 J 미어셰이머는 중국은 아시아의 유일한 패권국이 되려 할 것이고 미국은 이런 중국을 저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안보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2002년 중국을 방문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칭화대에서 당시 국가부주석이었던 후진타오와 나란히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존 J 미어셰이머 지음 이춘근 옮김/747쪽 3만5000원 나남출판

E H 카의 ‘20년간의 위기’, 한스 모겐소의 ‘국가간의 정치’, 그리고 케네스 월츠의 ‘국제정치이론’ 등은 국제정치학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저작들이다. 이른바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전범이라 할 이 독서목록에 존 미어셰이머가 한 권을 추가했다.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이론은 비교적 단순한 서너 가지의 전제에서 출발한다.

인간들이 구성하고 이끌어 가는 국가는 원래 세속적이고 이기적이어서 이익의 확장, 즉 팽창을 지향한다는 것. 국제사회에서는 더 이상 상위의 권위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윤리와 도덕이 아닌 물리적 힘이 국가의 주요 목표이자 대외정책 수행의 수단이 된다는 구조적 특징. 그 결과 충돌하거나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국제사회에서 평화와 안정은 난망한 것이라는 비관주의다.

이 간단하고도 이해하기 쉬운 전제들을 골간으로 삼기 때문에 현실주의이론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이론이 아니면서도 ‘이론’의 월계관을 쓰고 지난 반세기 이상 국제정치학 분야에서 난공불락의 요새로 군림해 왔다.

따라서 이 이론은 그 관점을 비판적으로 공격하는 연구자든 전적으로 찬동하는 연구자든, 반드시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되는 국제정치학의 이정표가 되었다.

새뮤얼 헌팅턴은 미어셰이머의 이 책에 대해 “모겐소와 월츠의 저작들과 같은 반열에 있거나 혹은 여러 측면에서 그들을 능가하고 있다”고 평가하는데,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저자는 ‘공격적 현실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때때로 모겐소와 월츠의 논리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생존’에 대한 본능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 철학적 논리를 같이하고 있다.

강대국들이 서로를 두려워하고 권력을 위한 경쟁을 벌이며, 강대국들의 목표는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는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저자는 지난 두 세기 동안의 국제관계 현상들을 포괄적으로 활용해 정교하게 이론화했다. 특히 부상하는 강대국 중국에 대한 이론적 평가와 행동 예측, 그리고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에 대한 전망을 시도함으로써 ‘정책적 처방’에 미진했던 현실주의의 요새에 바깥 성채를 한 겹 더 두르는 데 성공했다.

경쟁국을 모방하려는 강대국의 특성상 중국은 아시아에서 패권을 지향할 것이며, 당연히 미국과의 경쟁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은 저자의 논리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또 중국이 자제하면 미국 역시 아시아에서의 후퇴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주의이론과 정책적 처방을 연계시킨 진일보한 시도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오만불손한 행태에 비분강개하는 사람들이나 이른바 ‘친미주의자들’의 주장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조소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국가들이 결코 ‘주변’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친미주의자’들의 주장이 관성과 타성에 젖은 감상적 친미주의만은 아니라는 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제 ‘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2001년).

이웅현 고려대 평화연구소 연구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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